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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 후기

그랜드 스타렉스 자동차

97년 출시던 스타렉스는 기존 승합차와는 사뭇 다른, 허나 미니밴의 그것도 아닌 다분히 한국적인 성향이 반영된 모델이었다. 미니밴에 가까웠던 숏바디 RV모델과 승합차량 시장을 노린 롱바디 점보모델, 그리고 두가지 바디형식을 모두 가진 밴 모델로 구성되었으며 F/L이후 리무진 모델이 추가되는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자랑하며 승용과 승합 시장 두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차량이었다.

모태가 되었던 미쓰비시 스페이스 기어와 달리 차폭이 넓고 디젤엔진 외에도 LPG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여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였다. 

2006년 출시된 2세대 스타렉스는 그랜드라는 수식어를 추가하였는데 과연 그랜드에 어울릴법한 모델인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다.

시승차는 렌트카로 실내 군데 군데 새차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이미 3만2천여km를 달린 모델로써 통상 매체에서 시승시 제공하는 공장에서 갓 나온 모델이 아닌 어느정도

길들이기가 끝난 상태라 성능테스트에 부담이 없었다.

 
1세대 스타렉스에는 2.5L TCi모델과 같은 엔진을 베이스로 한 CRDi모델 그리고 2.4 SOHC 가솔린/LPG. V6 3.0 LPG등 다양한 엔진라인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2세대로 진화한 그랜드 스타렉스에는 2.5 VGT엔진 단일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1세대 스타렉스에 적용되었던 2.5 CRDi 엔진에 적용된 WGT를 VGT로 개량한 모델로 이미 쏘렌토에 장착되어 검증이 끝낸 엔진이다.

 
출력은 174ps/3,800rpm 토크는 41.0kgm/2,000rpm 으로 기존 WGT모델보다 각각 20%와 13.9% 증가한 수치이다. 트랜스 미션은 5MT와 5AT 두가지가 있는데 5AT는 스포츠트로닉이 적용된 것으로 자트코에서 닛산 시마용으로 개발한 대형 FR用을 파워텍에서 라이센스 조립하는 모델이다. 2005년 쏘렌토에 적용되었다가 리콜로 한차례 소동을 겪었던 그 제품이다. 엔진, 트랜스미션 모두 쏘렌토를 통해 한차례 검증을 마쳤기 때문일까! 과거 잠시 타보았던 스타렉스 CRDi모델이 주었던 만족감 때문일까!

이유없는 기대감에 차량이 있는 주차장으로 얼른 발을 옮겼다.

 
우선 익스테리어를 보면 전형적인 박스카라는 느낌이 온다. 1.5박스라고도 불리우며 보닛이 돌출된 스타일로 기존의 스타렉스가 일본색이 가미된 모델이라면

그랜드 스타렉스는 다분히 유럽색이 가미된 디자인이다. 프런트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에서 각을 세워 최대한의 공간을 활용하고자 한 부분이 돋보이며  개방감을 극대화한 테일게이트는 그야 말로 이상적인 상용차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모반듯한 테일게이트 주위에 위치한 길다란 테일램프는 반듯한 차체 디자인과 어느정도 비슷한 조형언어를 가지면서 시인성도 괜찮았다.

기존 스타렉스와 가장 큰 외관상의 차이는 바로 듀얼 슬라이딩 도어를 꼽을 수 있는데

카니발과 같이 운전석, 조수석 모두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여 승하차시 편의성을 높혔다. 실제로 시승차에 여러명이 탑승하였을때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하였는데

이 차량이 승용은 물론 어린이집 차량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의 주의가 어느정도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프런트는 현대 패밀리룩이기 보단 기아 카니발의 그것과 유사한 형상으로 세로로 길게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와 가로로 크게 자리 잡은 그릴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큰 차체가 붕 떠 보이지 않게 하는 시각적 효과도 보인다. 커다란 램프 덕분인지 야간운전시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플러스 알파..

 
그랜드 스타렉스 디자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측면인데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사이드에 캐릭터 라인을 적용하여 단조로움을 없애는 한편
타 차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랜드 스타렉스만의 개성이기도 하다.

앞바퀴 위에서 한번 그리고 뒷바퀴 위에서 한번 그려진 라인은 베라크루즈와 아반테 HD에 적용된 코카콜라 라인과도 어느정도 유사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인테리어는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형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균형감을 살리는 동시에 우핸들 차량 제작시 조금 더 생산이 쉬워지는 장점도 있다. 구형 아반테의 클러스터를 그대로 채용한 스타렉스와는 달리

그랜드 스타렉스는 독자적인 클러스터를 사용하는데 최근 현대에서 사용하는 블루톤 조명이 아닌 그린톤 조명을 적용하였다.

실내조명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반테HD와 싼타페에 적용된 블루조명은 생각보다 휘도가 강해 눈이 부시다는 느낌인데

그린은 그렇지 않아 장시간 차량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자주쓰는 오디오를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하고 바로 아래에 공조장치를 두는 것은 다분히 교과서적인 배치로 큰 움직임 없이 작동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AUX단자를 설치하여 외부 기기를 지원하는 점은 최근 트렌드에 적극 부합한 부분으로

상급사양에선 MP3CD를 지원하는 오디오시스템과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수 있도록 하였다.

 
옵션으로 듀얼썬루프 적용가능하도록 한 부분역시 RV차량으로써 입지를 돈독히 하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컬럼식 시프트레버가 미국적이고 플로어에 장착된 시프트레버가 유럽적이라면 센터페시아에 걸터 앉은듯한 시프트레버는 다분히 한국적인 취향으로 최근 미국에서 출시되는 미니밴을 보면 컬럼식 시프트레버보다 센터페시아에 장착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볼때 곧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시트는 3+3+3+3 의 4열 12인승 으로 배치되는데 12인승보다는 9인승이 적합하다고 느껴질만큼 승객석의 레그룸이 넓지 않은 편이다.

세제효과를 위해 무리하게 1열을 추가한 듯한 모습인데 차라리 전장을 조금 더 늘려서 자연스러운 좌석 배치를 하는게 어땠을까?

부족한 레그룸에 비해 좌우공간은 넓은 편으로 4열을 폴딩 한 후 2, 3열을 적절히 조정하면 2가족이 여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패키징을 보여준다.

 
이제 동력성능을 점검할 차례로 VGT엔진과 5AT의 조합이 사뭇기대되는 순간이다.

노브를 돌려 시동을 걸자 생각보다 아이들소음이 크게 들리는데 달달달 거리는 특유의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시승차의 가격이 2천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음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하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디젤 특유의 소음에 반해 진동은 아주 잘 억제되어 있다. 카니발을 탈때 느꼈던 핸들에 전해지던 진동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D레인지로 옮기고 차량을 움직이자 저속에서는 조금 둔한 모습이다.

터빈이 작동하기 전까진 둔한 느낌이 강한데 rpm을 조금 올려 엔진에 힘을 요구하면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성인 4명이 탑승한 상태에서 킥다운시 살짝 등을 시트로 미는 토크감이 느껴지며 순식간에 속도를 올려나간다. 속도가 상승하면서 수반하는 소음은 감내해야 할 몫.. 

레드존 아래에서 변속되며 속도를 붙여 나가는데 D레인지에서의 변속충격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으로

과거 스타렉스가 보여주던 변속충격과는 상반된... 허나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광안대교에서 차량의 흐름을 확인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보니 180km/h 까지는 큰 스트레스 없이 가속된다. 

GPS상 170km/h 근처에서 인상적인 느낌은 이정도 속도에서도 그다지 불안한 느낌도 없을뿐더러 속도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동승자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말한부분인데 비록 차체가 크고 높아서 횡풍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직진안전성에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거 같다. 

이 정도 실력이면 실용영역에서는 스트레스 없는 달리기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코너링 역시 기존의 스타렉스에 비해 진일보한 느낌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주행성능과 승차감 두 마리 토끼를 위해 고심했을 연구진의 모습이 상상된다.

현대 답게 부드럽지만 어느정도 급한 코너에서도 타이어가 슬립음을 내거나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돌아나가며

고속주행시에도 기존의 차량처럼 핸들이 많이 가벼워 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랜스미션을 스포츠 모드에 두고 수동으로 조작하였을때 원하는 단수로 제때 변속하는것이 수월치 않았으며

한박자 반 이상 늦은 반응은 미션보호에만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엔진이 쌓은 공든탑을 밋션이 무너트리는 형상으로 스포츠 모드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 '한번 타보고 또 한번 탔을때 만족감이 다른 모델이다.' 라는게 그랜드 스타렉스에 대한 소견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 동안 불편했던 부분들이 개선된 점은 만족스럽지만 일부에서 여전히 아쉬운 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가 처한 상황을 대변해 주기도 하는데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아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무엇보다 CVX모델의 최고급형 조차 선택할 수 없는 리어와이퍼는 시급히 개선 되어야 할 부분으로 현대의 주력사업인 옵션 장난질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경쟁모델이 없는 현 상황에서만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월드클래스급 차량이라고 자랑하기 이전에 현대의 기업문화, 사고방식이 먼저 월드클래스에 근접해야 하지 않을까?

현대라는 기업에 대한 생각을 꽤 오랫동안 하게 만든 그랜드 스타렉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