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낮은 차체에 19인치 알루미늄 휠 사이로 보이는 빨간색 브렘보 캘리퍼, FR임을 암시하듯 떡 벌어진 리어휀더와 더 넓은 후륜타이어.
스타트 버튼과 봉긋 솟아 오른 센터터널, 옆구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순정 버킷시트, 아득하게 들려오는 그르렁 거리는 배기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엔진 회전수를 올릴 때 마다 마치 거칠어진 맹수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도어를 여닫을 때 느껴지는 든든한 차체 강성은 본격적으로 달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차체에 시야가 좁은 야간이라 본격적인 시승이 아니라 동승을 하기로 했다(라고 쓰고 저질 드라이버라 고출력 수동차량이 부담스러웠다고 읽는다.). 오늘 동승한 차량은 바로 제네시스 쿱. 380GT모델에 서스펜션을 새로 세팅하고 ECU 맵핑을 통해 rpm 리미트를 풀어버린 차량이었다. 순정상태보다 조금 더 낮아지고 탄탄해진 서스펜션과 블랙베젤을 통해 한층 날카로워진 인상만으로도 충분히 “나 좀 달린다”는 포스를 풍겼다.
급하게 이루어진 동승이라 짧은 시간동안 간단히 고속화 도로를 달리는 것으로 진행되었는데 짧은 시간 내의 시승이라면, 그리고 튜닝카의 시승이라면 차에 대해서 잘 아는 오너가 운전하는 것이 차의 성능을 끌어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동승에 임할 수 있었다.
3.8L 람다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 FR 구동계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차량인데 서스펜션과 rpm 리밋 해제 덕분에 조금 더 강한 인상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차량이 출발했다. 출발과 동시에 일반적인 드라이빙에서는 고출력 스포츠 쿱라는 생각보다는 일반적인 세단을 타는 듯 한 느낌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스태프가 뒷좌석에 동승했던 이유인지, 번잡한 도로 사정 때문에 충분히 가속을 못해서 인지는 몰라도 4,000rpm 이하의 구간에서는 통상적인 6기통 현대차량을 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단단한 서스펜션과 넓은 타이어 덕분에 탄탄한 주행감각을 보여주는 점은 확실히 다른 부분이었다.
고속화 도로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가속을 시작함과 동시에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던 오너가 본격적으로 달리겠다고 한다. 시프트다운 후 4,000rpm을 넘어 5,000rpm, 6,000rpm, 순정 차량의 한계 회전수인 6,500rpm을 사뿐히 넘기더니 7,5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졌다.
레드존 부근 이었지만 매끄러운 회전감각과 쭉쭉 뻗어나가는 느낌은 긴장으로 인해 입 속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시프트 업 이후 가속을 이어나가다가 완만한 코너를 190km/h 정도로 돌아나가는데 평소에 FF차량을 몰고 120km/h 정도로 통과하는 구간이라 어어어! 했지만 바닥에 순간접착제로 붙여 버린 듯 찰싹 붙어서 스키드음 없이 매끈하게 클리어 하는 것을 보고는 또 한 번 역시……. 라고 되뇌게 되었다. 코너를 클리어 한 뒤 속도위반 카메라 때문에 풀브레이킹을 하게 되었는데 브렘보라는 이름만큼 강력하지는 않았는데 오너의 말로는 연속적인 풀브레이킹에도 제동력을 잃지 않는 다고 하니 이름값은 하는 모양이다.
다시 이어진 가속에서 매력적인 배기음을 선사하며 가속을 이어 나가는데 0km/h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것 보다 100km/h이상의 속도에서 가속시 가속감이 더 인상적이었다. 지칠 줄 모르고 올라가는 속도계만큼이나 쉴틈 없이 오르내리는 rpm게이지의 붉은 빛은 운전자를 자극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평소 2.7L급 6기통 세단으로 185km/h를 마크하는 직선구간에서 손쉽게 210km/h를 넘겼는데 선행하는 차량 때문에 가속을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적당히 속도를 유지하며 차선변경을 시도하는데 확실히 탄탄한 서스펜션에 부가적인 튜닝이 더해져서 인지 차체거동이 동승자에게도 꽤나 날카롭다는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rpm게이지에 그려져 있는 숫자만큼 남김없이 엔진을 회전 시키며 가속하는 느낌은 이것이 자연흡기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소 타고 다니는 차량 역시 나쁘지 않은 토크 감을 선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제네시스 쿱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따름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워낙 급하게 이루어진 동승이라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제네시스 쿱의 광고 카피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고 시승 이후 제네시스 쿱의 “ㅈ“ 만 들어도 힙합뮤직을 틀어놓은 우퍼마냥 쿵쾅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제대로 만들고자 한 FR쿱이자 스포츠 쿱인 제네시스 쿱. 처녀작이라 그런지 여기 저기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이고 경쟁 모델과 비교시 부족한 부분도 많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경쟁모델이 레이스의 중반에 접어들었다면 제네시스 쿱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에서 추격의 여지는, 승리의 기회는 무한하기에 제네시스 쿱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튜너들의 발 빠른 움직임 역시 기대되는 바이다.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지만 그렇다고 못하는 과목도 없는 평범한 학생으로 가끔씩 체력장과 같이 과도하게 체력을 측정하게 되면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숨을 헐떡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운동도, 공부도 적당히 잘하고 유행에 맞춰서 옷도 잘 맞춰 입는 센스 있는 학생이 쏘나타 트랜스폼 이면 공부도 운동도 쏘나타처럼 적당히 하지만 운동에 조금 더 소질을 보이는 학생이 바로 SM5 뉴 임프레션이다. 힘든 체력측정에도 쉬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악바리 근성도 가지고 있다. 물론 유행에 맞춰 패션에도 신경 쓰는 모습은 쏘나타와 같다. 공부와 운동에 매진하며 학창시절을 보내는 쏘나타나 SM5와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패션센스를 자랑하던 토스카 프리미엄6는 공부나 운동보다는 단연 패션에 관심을 보이며 가장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인다. 또래 친구들이 쉬 하지 않는 액세서리를 착용하는데 있어 거부감 없이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평상시에도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는데 있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학생이다. 얼마 전 유럽에서 성형수술을 마치고 돌아 온 로체 이노베이션은 토스카처럼 패셔너블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친구들 사이에 인지도를 서서히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간단하게(?!) 정리해 본 국내 4사의 중형차종은 도토리 키 재기 하듯 차체 크기나 엔진 성능, 연비 등이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입하기에 앞서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어떤 차량을 선택해야 할지 끝없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비자들이 차량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특별기획으로 구성한 중형차 연속시승!
중형차 연속 시승의 3번째 주자는 GMDAT의 “토스카 프리미엄6” 이다. 앞서 시승했던 SM5 뉴임프레션과 쏘나타 트랜스폼과 비교하였을 때 자랑하고 싶은 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감추고 싶은 단점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파헤쳐 보도록 하자.
토스카의 앞모습은 상당히 서구적인 느낌을 준다. 눈꼬리를 치켜 올린 헤드램프는 라세티 프리미어나 젠트라 X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GM대우도 서서히 패밀리 룩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토스카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에는 BMW 5시리즈와 유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릴이나 범퍼 하단, 헤드램프와 연결된 보닛과 휀더의 디자인이 다르고 토스카 이후 출시된 GM대우 차량이 비슷한 모습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BMW와의 유사성은 표절이라기보다 전 세계적인 디자인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커다란 헤드램프는 강인한 첫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길이가 짧은 바지를 입은 마냥 어색했던 범퍼 하단부에 두른 에어로 파츠 덕분에 상당히 스포티한 느낌을 전해 준다. 커다란 헤드램프의 경우 램프 상단부에 여유 공간이 많은데 BMW의 그것처럼 led로 포인트를 주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우차 특유의 탄탄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프런트 오버 휀더는 에어로 파츠와 더불어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큰 역할을 한다.
측면 디자인은 중형차 최초로 사이드 몰딩 제거로 상당히 깔끔한 모습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이드 몰딩을 도어 하단으로 내리거나 아예 삭제하는 것이 트렌드처럼 되었는데 문콕! 으로 인한 도어의 손상방지 측면에서는 필요하지만 디자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제거한 것이 깔끔해 보여서 좋게 평가하는 편이다. 다만 몰딩을 제거한 경우 디자인이 조금 심심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토스카의 경우 사이드 스커트와 차체의 연결부분에 크롬으로 포인트를 주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라세티 프리미어의 경우에도 그랬지만 전면에서 시작해서 측면을 지날 때까지는 전체적으로 힘 있고 각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어느 정도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보이는데 그 힘이 후면에 와서는 많이 약해지는 듯하다. 토스카 역시 강렬한 전면부와 깔끔한 측면을 지나 후면으로 와서는 마무리를 덜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테일 램프 사이의 크롬몰딩을 붉은색 가니쉬로 변경하고 테일 램프의 디테일을 변경하였지만 아쉬움이 여러모로 남는 디자인이다. 다만 허전했던 뒷 범퍼하단을 에어로 파츠로 보강하고 크롬 머플러 팁을 적용해서 어느 정도 보완한 점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쏘나타를 필두로 국산 중형차에도 구경이 큰 휠을 적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경쟁모델과 마찬가지로 17인치 알루미늄 휠을 적용하였을 때 디자인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 게다가 토스카의 경우 순정 액세서리로 18인치 크롬 휠을 선택 할 수 있는데 17인치 휠을 적용해도 살짝 아쉬운 휠 아치를 꽉 채워 줄 듯 하지만 2.0L 급에 부담스러운 무게가 걸림돌 이다.
동급모델들이 경쟁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스마트키를 옵션으로도 선택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키의 금속부분이 접혀지는 폴딩 키를 적용하여 손에 쥐기에 부담 없는 크기를 보이는 리모트 키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외부 디자인에 비해 인테리어의 경우 평범한 중형세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알파벳 T 형상의 대시보드는 송풍구를 사이에 두고 인포메이션 모니터를, 그 하단에는 차례로 오디오와 에어컨 컨트롤러를 배치한 다분히 교과서 적인 배치를 보여주며 재질 또 한 경쟁모델 만큼 고급스럽지 못한점이 아쉽다.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트림에 소프트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였지만 조금 황량하다 싶은 센터페시아는 소재나 디자인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버페인트를 포인트로 적절히 사용한 것과 스티어링 휠과 컵홀더, 사이드 브레이크 노브 이외에는 우드 그레인을 남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형 계기판은 녹색 조명과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디자인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프리미엄6의 경우 블랙패널과 화이트/블루 조명의 적용으로 마치 수입차의 그것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들게 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게다가 Key-on과 동시에 항상 점등되기 때문에 시인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소비자들이 개선을 원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부분은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싶은 부분이다.
계기판과 더불어 TPEG기능이 내장된 내비게이션의 경우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gps수신율을 보이며 길 안내하는 모습에서도 애프터 마켓용 내비게이션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어 시승 내내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장비였다. 내비게이션 뿐 아니라 USB나 SD카드에 내장된 mp3와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며 지상파 DMB수신율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였다. 트립컴퓨터 기능도 내장되어 있어서 시승도 중 평균속도나 평균연비를 확인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다양한 기능을 내장하고도 가격이 83만원으로 2백만원을 가뿐히 넘던 기존의 AV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토스카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적용해야 할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분리형 뒷좌석 헤드레스트와 전 좌석 모두 적용된 열선시트 는 뒷좌석에 타게 될 자녀나 부모님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ECM 리어 뷰 미러나 운전석/보조석에 적용된 전동시트 등 빠질 것 없는 구성을 보이지만 듀얼 존 에어컨이 아닌 에어컨이나 그저 그런 사운드를 내뱉는 오디오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보인다.
실내공간은 동급모델과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비슷하며 시승차의 경우 선루프가 적용되어 있었는데도 헤드 룸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다.
기존 대우차의 전통을 따르는 듯 한 트렁크는 넓다는 표현보다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과장을 더하자면 동굴 같은 느낌.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데 있어 전혀 부족함을 없을 것 같다.
토스카가 동급모델들과 가장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 바로 동력부분이다. 국내 최초로 가로배치 직렬 6기통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토스카 프리미엄 6는 쏘나타 V33 트림이 단종된 이후 유일한 6기통 중형세단이다. 2.0L 급에서의 4기통 엔진이 펀치력과 연비, 엔진크기, 제작단가 등에서 비교우위를 갖는다면 6기통 엔진의 경우 진동, 소음, 고회전으로 갈수록 매끈한 엔진회전 등이 비교우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제원표 상으로 볼 때 최고출력은 144마력/6,300rpm, 최대토크는 19.2kg.m/4,600rpm 으로 160마력대의 쏘나타/로체에 비해 조금 열세를 보인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주행을 시작하면 상당히 매끄러운 주행능력과 특정 구간을 제외하고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출력을 보여준다. 6기통 특유의 엔진음은 시동 직 후부터 레드 존에 이르기까지 시끄럽다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게 한다. 5,000rpm을 넘어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6,000rpm까지 엔진 회전을 올려도 윙~윙~ 거리는 사운드만 들릴 뿐 4기통 엔진에서 들을 법한 둔탁한 노이즈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워낙 엔진 사운드가 조용한 탓에 하체소음이나 고속주행 시 바람소리가 너무 크게 부각되는데 상대적으로 크게 들릴 뿐 절대적인 소음수치가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스텝트로닉스가 적용된 6단 자동변속기는 6기통 엔진과 더불어 이번 시승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초기형의 5단 자동변속기와 더불어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변속기의 다단 화를 이끌어 나가는 선두주자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기존의 5단 자동변속기가 아이신의 제품이었던 것에 반해 신형 변속기는 GM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닛으로 기존 변속기 보다 무게도 가볍고 크기도 줄어든 것이 특징이라 한다. 연비의 경우 5단 변속기 모델이 10.8km/ℓ에서 10.9km/ℓ로 0.1km/ℓ 상승에 그쳤지만 고속화 도로에서 순항 시 순간연비가 16km/ℓ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여 고속주행이 잦은 운전자에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초반 가속시 4기통 엔진에 비해서 저속토크가 약해서 인지 조금 더디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1~3단이 커버하는 속도가 기존의 4단 AT가 보였던 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데 1~3단의 기어 비를 조금 촘촘하게 바꾼다면 가속성능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시내주행에서 쏘나타나 SM5와는 달리 펀치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인데 급가속이 잦은 시내주행에는 사람에 따라 출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느낄 수도 있겠다. 번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화도로에 진입하여 본격적으로 가속을 이어나가자 6기통과 6단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레드 존을 넘나드는 주행에도 매끄러움을 잃지 않는 6기통 엔진과 조금 부족한 출력을 보상하듯 분주히 움직이는 6단 변속기의 매칭은 가히 동급 최고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의 성능을 보였다. 고속주행이 아닌 와인딩 로드에서는 스텝트로닉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국산차량이 그렇듯 수동모드에서 한 박자 늦은 반응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6단이니 만큼 수동모드에서 조금 빠른 반응과 패들 시프트를 장착하면 고속주행 뿐 아니라 기어변속이 잦은 구간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높여 줄 것이다. 100km/h에서 1,600rpm 부근을 가리키는 타코메터와 6.2ℓ/100km를 표시하는 평균연비가 6단, 6기통이라는 토스카 프리미엄 6의 최대장점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SM5나 쏘나타의 시승시 170km/h 언저리가 실질적인 가속 한계속도라고 느꼈는데 토스카의 경우 180km/h 부근까지 매끄럽게 속도를 올렸다. 10km/h라는 차이 이외에도 180km/h에도 4,000 rpm을 넘지 않는 엔진 회전과 노면소음과 바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 엔진사운드는 4기통과 6기통, 4단 AT와 6단 AT간에 엄연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초기 가속시 1단에서 2단으로 변속할 때 쿵 하는 생각보다 큰 변속 충격과 울컥거림을 자주 느낄 수 있는데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에 어울리지 않는 아쉬운 점이라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엔진 사운드가 매력적이라 급가속과 감속을 자주 하였는데 만족스러운 엔진과 변속기와는 달리 브레이크는 조금 아쉬웠다. 현대/기아차나 르노삼성의 그것처럼 예민한 초기반응에 익숙해 져서 일까 밟은 만큼 반응하는 브레이크는 익숙해 지기 전에는 앞차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한몫했다. 급제동 시에도 차량의 뒤가 흔들리거나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 없이 정확하게 제동하는 것을 보면 밸런스에는 문제가 없는데 반응에 익숙해지기까지의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다.
에어로파츠와 17인치 대구경 휠의 조합으로 상당히 스포티해 보이는 외관 때문일까? 코너를 돌아나가는 실력에도 조금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돌아나간다. 15인치 휠을 적용한 모델을 잠깐 시승한 적이 있는데 직선에서는 탄탄하다 싶던 서스펜션이 코너만 돌아나가면 휘청 이는 모습을 보여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시승차는 그 기억을 잊혀주려는 듯 각이 큰 코너에서도 휘청 이거나 스키드 음 없이 매끈하게 빠져나간다. 승차감도 상당히 괜찮은 편인데 SM5 시승에서 느꼈던 바대로 국산 중형세단들도 기존의 물렁한 서스펜션을 탈피하여 어느 정도 단단함을 보이는 세팅으로 점차 변화 하고 있다. 속도감응식 스티어링휠(SSPS)가 장착되어 있어 고속에서도 어느 정도 묵직한 느낌을 전달하며 코너를 감아나갈 때 쉬 가벼워지지 않아서 약간 과격한 주행에도 적절하게 대응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하체 세팅을 통해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기 보다 215/50/17이라는 배기량이나 성능에 비해 큰 타이어와 휠에 의존하고 있는 듯 하다. 차량에 맞는 타이어와 휠을 선택하는 것도 메이커의 세팅 능력이니 만큼 전체적인 하체 세팅은 완성도가 높다고 봐야 할 것 이다.
차량 자세 제어장치인 ESC의 개입도 너무 빠르거나 늦지 않는 적당한 편인데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 때문인지 눈길에서 타이어가 헛도는 시간이 조금 길었지만 바로 엔진출력을 줄이고 제동을 통해 그립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DMB 내비게이션과 함께 반드시 선택해야 할 옵션 중 하나인 ESC가 최고급 형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반드시 적용해야 할 장비이다. 폐차시 까지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단 한번 작동하더라도 충분히 옵션가격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에어로 파츠와 탄탄한 휀더, 17인치 휠 등 시승 전에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매력에 이끌렸다면 직렬 6기통 엔진과 6단 AT, 괜찮은 서스펜션 등 시승 후 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내부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차량이다. 패키징에서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고 차량의 만듦새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매끄러운 엔진회전과 그것을 받쳐주는 변속기의 조합으로 4기통 차량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보이는 것이 토스카 프리미엄 6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대우에서 괜찮은 차량이 출시되어도 판매가 신통치 않아서 부모 잘못 만난 자식 소리를 들어왔었다. 토스카를 그 부류에 추가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L6엔진을 현행 토스카 이후 접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아쉽지만 쏘나타가 아니면 SM5를 선택하는 중형차 시장에서 나름 이슈메이커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한 토스카가 대견스러워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GM에서는 더 이상 L6엔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토스카 후속모델에는 GM의 글로벌 아키텍처를 활용해서 차량을 개발 한다고 하니 V6엔진이거나 4기통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 조용하고 매끄러운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를 누려보고 싶다면 지금 토스카를 구입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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