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케이블tv에서 나는 펫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직 여성이 자신보다 어리고 경제적으로 자립도가 낮은 남성과 동거를 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매 시즌마다 출연진들이 스타가 되는 꽤나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tv를 볼때마다 “나도 저런 상황이면 어떨까“ 생각하던 찰나 몇일 동안 pet을 하나 분양받게 되었다. 에디터에게 분양 온 pet은 한국에 들어온지 1년 반 정도 지난 새끼 사자라는 점이 tv와는 다른 부분이었다. 그나마 새끼사자 치고는 귀여운 인상 덕분에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모든 부분이 생소한 녀석이라 적응하는데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런 녀석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양받은 pet의 정체는 푸조 207GT로 2007년 5월 중순 런칭 이후 푸조의 엔트리 라인업을 책임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시장도 크고 경쟁이 치열한 B세그먼트에서 경쟁모델에게 밀리지 않고 높은 판매고를 자랑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사실 국내에 수입되는 동급차량을 비교해 보면 귀여운 디자인이나 매서운 달리기 실력,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승부하는 녀석들이 있다. 약육강식의 야생에서 귀여운 이 새끼사자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207GT의 얼굴은 체급을 무색케 할 정도로 당당함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푸조의 디자인 언어인 펠린 룩(고양이 눈을 형상화 한 디자인)을 적용하여 눈꼬리가 올라간 헤드램프와 크게 자리 잡은 에어인테이크 홀, 그리고 푸조가문임을 자랑하듯 당당히 자리 잡은 푸조 엠블럼은 전면부만 보았을 때 207의 차급을 상상하기 힘들게 만든다. 여느 패밀리 룩이 그렇듯 멀리서 어렴풋이 보았을 때는 308과 쉽사리 구분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푸조家의 일원임은 단번에 알 수 있다.
차체 양 끝에 자리 잡은 4개의 타이어와 3DR 모델에 비해 길어진 전장으로 전체적인 디자인 비례가 괜찮은 편이다. 차체 끝에 위치한 타이어는 차를 더욱 탄탄하게 보이게 하는 동시에 코너에서 어느 정도 +α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3DR모델보다 늘씬해진 차체는 플래그 타입 사이드 미러가 달려 있는데 사이드 리피터가 내장되어 있어 고급스러움과 함께 휀더에 어색하게 자리하지 않아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후면 부를 살펴보면 여느 해치백 차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을 보이는데 전면부에서 어느 정도 힘을 준 디자인이기 때문에 힘을 살짝 뺀 듯 가볍게 마무리한 후면 디자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 없이 다가 갈수 있게 한다. 크앙~ 하고 소리치는 듯한 얼굴에 잔뜩 힘을 준 엉덩이라면 조금 부담스러웠을 텐데 힘을 살짝 빼고 가볍게 처리하는 동시에 머플러 팁을 크롬으로 감싸고 리어스포일러로 마무리 하여 마지막까지 센스를 잃지 않은 모습이다.
207시리즈는 5도어 해치백 이외에도 아크로바틱을 보는 듯한 변신(?!)기능을 가진 컨버터블 모델 CC, 외모와는 다르게 화끈한 달리기 성능을 가진 3도어 해치백 RC, 실용성은 킹왕짱이라 부를 수 있는 왜건모델 SW까지 다양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GT의 경우 귀여운 인상의 CC나 RC, 듬직한 외모의 SW와는 다른 균형 잡힌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5도어 해치백인 GT가 기본이고 나머지는 GT의 파생모델 성격이 있다 보니 괜찮을 수밖에….
207을 포함한 현세대 푸조 라인업의 최대 장점은 바로 파노라믹 글래스다. 차량 지붕의 절반이상을 유리로 마무리 하여 1열 뿐 아니라 2열에 탑승한 사람에게도 최대한의 개방감을 준다. 물론 틸팅이 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1열, 2열까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데다 잡소리가 없는 점이 장점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비”가 아니라면 강추하고 싶은 must have item!!
묵직하게 열리는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큼지막한 내비게이션 모니터나 크롬으로 반짝이는 시프트 레버, 카본무늬로 장식된 센터페시아 보다 일단은 생각보다 넓은 실내공간에 놀라게 된다.
물론 한참 뒤에 2열을 조금 희생한 덕분임을 알 수 있었지만 승차정원 5인 모두가 타고 다니는 일이 1열 2인만 타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부분이다.
생각보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파노라믹 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살로 반짝이는 크롬 장식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클러스터 주변과 시프트레버에 장식되어 있는 크롬은 잘못 사용하면 제 아무리 made in France 라도 동남아 필 충만하게 만드는데 207GT는 적절하다. 약간의 카본장식 이외에는 블랙 일색인 실내를 나름 샤방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 샤방한 실내만큼 눈에 띄는 아이템은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체형 내비게이션!! 빠른 구동속도와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가졌다. 다만 안내음성이 조금 작은 듯 했는데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내비게이션 스피커로만 안내하기 때문에 소리를 키우거나, 고속 주행 시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인다.
프랑스에는 207 아래에 107과 같은 하위 모델이 있지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207이 푸조의 엔트리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가죽으로 덧대어진 도어트림이나 듀얼 에어컨, 트립컴퓨터 및 크루즈 컨트롤, ECM 미러 등과 같은 다양한 편의 장비는 동급의 국산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비로 수입차라는 부분에 있어 심리적인 만족감을 높여줄 부분이다.
만족스러운 1열의 공간에 비하자면 2열은 평범한 수준이다. 헤드레스트를 머리에 맞추고 자세를 잡으면 중형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쓸 만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 썬루프가 있지만 슬라이딩이나 틸팅이 아닌 파노라믹 글래스라서 헤드 룸을 많이 침범하지 않아서 헤드 룸도 넉넉한 편이다. 작은 차체임에도 실내가 넓게 느껴지는 것은 실내공간을 잘 뽑아낸 푸조 기술진의 공도 있겠지만 루프를 뒤 덮은 파노라믹 글래스 덕분이 아닌가 싶다. 2단으로 열리는 내장재는 1단만 열었을 경우 기존의 선루프와 같은 크기로 열리고 추가로 끝까지 열면 2열까지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실내가 밝아지고 실내온도도 쉬 떨어지지 않는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파노라믹 글래스만의 장점!
유럽차 답게 곳곳에 숨은 수납공간은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부분폴딩이 되는 2열시트는 짐이 많을 때 빛이 나지만 헤드레스트를 일일이 뽑아야 하고 접히는 폼새도 그다지 깔끔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웬만하면 폴딩까지는 하지 말고 짐은 알아서 적재하라는 배려(?)가 느껴진다.
폴딩만큼이나 아쉬운 것이 1열 컵홀더 인데 운전석과 조수석 암레스트 뒤편에 위치한 컵홀더는 컵을 보관하는 컵홀더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하지만 운전 중에 컵을 꺼내고 넣기에 조금 불편한 위치에 있었다. 크지 않은 차체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다 보니 이렇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것저것 많이 싣고 다닌다면 GT보다는 SW를 추천!!
이제 본격적인 운동실력을 점검 해 볼 차례! 어리다고 얕보지 말라는 듯 카랑 카랑한 엔진음에 자신감이 뭍어 나온다.
207GT의 엔진은 푸조와 BMW가 공동 개발한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3kgm을 내는 1.6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4단 팁트로닉 변속기와 매칭된다. 크지 않은 차체 덕분에 120마력은 그 이상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고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하자 4기통 특유의 칼칼한 엔진음이 실내로 파고든다. 고 출력차량에 익숙하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1.6L의 배기량을 생각하면 꽤나 힘차게 달려 나간다. 최대토크가 4,250rpm에 나오는데 팁트로닉을 수동모드로 변경하고 달리면 최대한 힘을 유지하면서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 물론 운전자의 관용도를 최대한 보장하는 팁트로닉은 수동모드로 두었을 때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면 자동으로 변속을 하지 않는다. 2단으로 치고 나가느냐 3단으로 여유 있게 주행을 하느냐 운전자는 선택을 하고 원하는 단수에 기어를 위치하면 되는 것이다. 푸조의 팁트로닉은 미션보호에 급급해서 반응도 한 템포 늦고 강제변속을 쉽게 해버리는 국산 스포츠 매틱에 익숙해있던 에디터에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가속시 변속되는 rpm을 보면 2,500~3,000rpm 부근에서 변속이 이루어지고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순항 시 3,000rpm 언저리를 맴도는 것을 보면 기어비가 가속 형으로 세팅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와 비슷한 세팅을 가진 i30를 시승했을 때 중저속에서의 펀치력은 나름대로 쓸 만했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속영역에서 170km/h를 넘기 힘들었던 i30와는 달리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사뿐히 180km/h를 마크하고 계속 속도를 이어나가는 207GT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물론 170km/h를 넘어가자 트립컴퓨터 상의 순간연비는 3km/ℓ 부근으로 추락하고 도로의 이음매를 넘을 때마다 살짝 날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차급을 생각한다면 나무랄 데 없는 수준으로 207gt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207rc의 운동성능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혹여나 207시리즈의 오너분이 이 글을 읽으실 때 “내차는 밟아도 안 나가던데?” 라고 의문을 갖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보시라! 바닥을 내리누르듯 밟으면 딸깍 하고 킥다운 스위치가 작동하는데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급발진 하듯이 차가 뛰쳐나간다. 물론 올라가는 rpm 게이지에 따라 상승하는 엔진음과 내려가는 순간연비는 오너가 감내해야 할 몫.
활발한 엔진에 이어 탄탄한 하체는 207gt가 내세우는 자랑중 하나로 평상시에는 조금 탄탄한 듯 한 승차감을 제공해서 207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차가 조금 튄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나 일체형 서스펜션을 장착한 튜닝카 마냥 시종일관 통통거리지 않고 충격의 크기에 따라 적절하게 충격을 걸러내는 센스를 발휘한다. 시승도중 지하철 공사로 노면을 할퀴어 놓은 구간을 고속으로 지나가게 되었는데 투툭 하는 소리와 함께 약한 충격만 전달될 뿐 찌그덕 거리는 잡소리나 텅텅거리는 하부소음은 들을 수 없었다. i30를 시승할 때 현대가 이렇게도 세팅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원조 해외파라서 그런지 i30보다 더 단단하면서 불쾌하지 않은 세팅은 함께 시승했던 에디터들조차 생각 보다 괜찮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기게 충분한 수준이었다. 물론 약간의 롤이 있는 수준이지만 상용차에서 이 정도 롤조차 없는 차량을 원한다면 랜서나 임프레쟈와 같은 하드코어한 녀석을 찾아보는 게 빠를 것 같다.
차체 귀퉁이로 몰린 타이어는 코너에서 순간접착제 같은 코너링을 약속하고 랠리에서 접목된 하체 세팅 기술은 약속에 도장을 꽝 찍는 듯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미쉐린 파일럿 프리머시 타이어는 나름 끈적끈적한 접지력을 보여주었고 과격하게 차량을 잡아 돌려도 ESP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초지일관 무덤덤한 ESP 덕분에 이 녀석을 어디까지 몰아붙여야 작동할까 궁금하였는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타이어와 서스펜션 덕분인지 녀석의 존재를 확인해 볼 수는 없었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주행 시 생각보다 하체 소음이 적은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국산 준중형급 혹은 소형 급에서 으레 들려오는 하부소음과 달리 한 단계 걸러진 듯 들려오는데 그 덕분일까 mp3가 지원되는 오디오의 음질 역시 좋게 느껴졌다. 속도 연동 볼륨컨트롤 기능이 있어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상승하는 바람소리 및 하체 소음에 오디오 소리가 묻히지 않는 점은 좋았지만 속도를 올릴수록 조용해지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3박4일은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에디터에게는 pet으로 다가온 207GT와 적응하고 서로에 대하여 알아가는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녀석에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몇몇 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장점을 키워나간다면 분명 라이언 킹이 될 만한 재목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반납하는 길에 한불모터스의 담당자 분을 만나 207GT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승 내내 이 차량의 정확한 타깃은 누구인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새끼사자 같이 귀엽고 당찬 외모와 아기자기한 실내 공간을 보면 분명 20~30대 전문직 여성이 대상일 것 같은데 도로에서 거칠게 몰아붙이면 붙일수록 남성들이 더 좋아 할 만한 구석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불모터스 관계자 분의 이야기로는 20~30대 여성이 주 고객이라고 하는데 귀여운 얼굴속에 감추어진 질주본능(?!)을 끄집어낸다면 남성들에게도 상당히 어필할 만한 차량이 아닐까 싶다. 3천만원대의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탄탄한 달리기 성능과 다양한 편의 장비 및 안전장비는 흔해 빠진 국산차를 원하지 않는 젊은 층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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