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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 후기

아반떼HD VGT 시승

적당하다. 사전적 의미로는 꼭 들어맞음 (的當) 이라는 뜻이다.

아반떼HD VGT를 타면서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이기도 하다.

적당한 크기의 차체, 적당히 봐줄만한 디자인, 적당한 가격, 적당한 성능, 

 
적당하다의 사전적 의미인 꼭 들어 맞는다는 것이 아마도 한국 소비자 정서에 부합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반떼HD VGT는 적당히 잘 만든 차라는 생각이다.
적당히 잘 만든 아반떼 HD VGT. 지금부터 적당히~ 알아보자.

 
외부 디자인

사실 아반떼 시리즈 디자인은 1세대가 최고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릴은 삭제하고 날카롭게 파고든 헤드램프, 범퍼와 바디가 한 부분으로 연결된,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클린바디와 최근에서야 유행하는 사이드 몰딩이 없는 도어, 고양이 눈 같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썩 잘 어울렸던 테일 램프까지!! 그 이후 등장한 F/L모델인 올-뉴 아반떼는 당시 어려웠던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어려운 디자인이었고 완전 모델체인지 되었던 XD의 경우 그랜저XG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지만 썩 좋은 디자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HD. XD보다 훨씬 커진 차체를 심심하지 않게 잘 다듬었다.
차체를 가로지르는 코카콜라라인은 상급모델인 베라크루즈에도 영향을 주었고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측면에
포인트가 되어 준다.
물론 독창성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부분.

다소 껑충한 느낌의 후면은 특징은 없지만 헤드램프와 유사한 테일 램프로
일체감을 주려했고 이런 저런 디테일 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아반떼는 누가 뭐래도 패밀리카가 아니던가?!
하이루프에 가까운 디자인은 넓은 실내공간을 약속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디자인한 트렁크역시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경쟁모델인 도요타 코롤라와 살짝 닮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헤드램프에서
시작해서 차체 측면을 타고 흐르는 유기적인 라인 덕분에 아반떼만의
독창성을 찾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쟁모델인 라세티 프리미어나 포르테, 형제차인 i30에 비해서 예쁘거나 멋진 디자인은 아니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고객들이 구입하기에 크게 튀지 않는 무난한 적당한 외부 디자인이다. 사실 스포티하고, 젊은 느낌을 강조한 경쟁모델에 비해 살짝 쳐지는 감이 있지만 곧 출시할 연식변경 모델에 약간의 디테일 변경으로 포인트를 준다고 하니까 지금의(09.06.11 현재) 아반떼가 지겨운 분들은 한 달 정도만 기다리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부 디자인
HD 이전모델인 XD가 자동차 내부 디자인의 교과서를 충실히 따른, 약간 고리타분한 디자인이었는데 HD는 한결 산뜻해 졌다.

센터페시아를 기준으로 좌우로 나눠진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현대자동차의 조명 컬러인 스카이 블루 LED를 적용한 클러스터는 주, 야 구분 없이 뛰어난 시인성을 보장한다.

시승차는 연식변경이전 모델로 수온계가 달려있는데 현재 출고 되는 모델은 원가절감의 일환으로 수온계가 빠지고 경고등으로 대처 되어있다. 작게 점등되는 경고등 보다는 게이지 형태의 기존의 것이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기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원가 절감의 마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자주 사용하는 오디오를 상당에 두고 전체적으로 운전석 쪽으로 살짝 기울인 센터페시아는 주행 중에 조작하기에도 불편하지 않았고 르노삼성자동차로 부터 영감을 받은 듯 보이는 에어컨 조작부는 노래방 기계의 버튼을 떠올리게 하지만 누르는 감촉이 나쁘지 않고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도 첨단 감각을 뽐낸다.

 
흠이라면 야간에 과도하게 밝은 빛을 낸다는 것인데 기존에 사용하던 녹색보다는 빨리 눈이 피로해 져서 밝기나 버튼의 투명도를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단으로 나눠진 센터콘솔이나 기어박스 전후로 위치한 수납공간, 시승차에는 없지만 Ipod/USB 단자, 앞좌석에 설치된 열선시트, 블루투스 지원 오디오 시스템 등 다양한편의 장비는 편안한 운전을 돕는데 일조한다.

펌핑타입의 시트는 작동은 편하지만 전/후 높이를 입맛대로 설정할 수 없다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트 자체로 보면 상당히 편안하다는 느낌을 전해 준다.

라세티 프리미어나 i30처럼 사이드 볼스터가 허리를 꽉 잡아주지는 않지만
안락한 느낌은 한 수 위다. 이는 아반떼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부분이기도 하다.

뒷좌석 역시 차급을 생각하면 충분히 넓은 수준.
XD에 비해서도 체감 적으로 넓게 느껴진다.
가운데 위치한 암레스트는 컵홀더를 내장하고 있고 스키스루 기능을 지원한다.

시승차는 1.6L 감마엔진이 아닌 VGT U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휘발유 모델 대비 출력은 7마력 열세이지만 10.6kgm가 차이난다. 최대토크 발생지점 역시 실용영역대인 2,000rpm.

여느 디젤 모델이 그렇듯 초기 가속은 약간 답답한 모습을 보인다. 승용디젤 초창기 모델인 WGT모델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도 터빈이 작동하기 이전인 2,000rpm 이하에서는 디젤다운 거동을 보인다. 하지만 2,000rpm을 넘어서면 경쾌하게 속도를 붙여 나가는데 특히나 90km/h ~ 130km/h 까지는 rpm 상승으로 인한 부담 없이 든든한 토크만으로 속도를 쉽게 올려버린다. VGT를 타고 처음 고속화 도로에 올렸을 때 계기 클러스터가 고장 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중속구간에서의 가속이 쉬웠다. 130km/h 이내는 고속도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간으로 차량의 흐름에 따라 킥다운을 해가며 가속했던 가솔린 모델과 비교시 확실하게 우위에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60km/h 이하까지는 갈갈대며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오지만 그 이상이 되면 노면소음과 바람소리에 묻혀 급가속을 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엔진음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바람소리와 노면소음으로 인한 상쇄효과도 있지만 60km/h 이상에서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간 힘을 살짝 빼면 바로 락업클러치가 작동해서 rpm이 확 떨어져 버린다. 최근 출시한 현대/기아차의 변속기에서 느끼는 공통점인 가속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어느 구간에서나 작동하는 락업클러치는 장기적으로 보면 클러치에 무리를 주겠지만 고속연비에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없이 가속을 이어나가는 구간은 170km/h 부근.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속도는 올라가지만 약간의 끈기가 필요하다. 얼마 전 시승했던 라세티 프리미어 2.0과도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데 6단 자동변속기와 400cc 더 큰 배기량의 차이는 몸으로 느껴지는 수준.

2007년 처음 아반떼 HD VGT를 시승했을 당시에는 스트레스 없는 가속력에 놀랐었는데 얼마 전 시승했던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때문인지  140km/h 이상 구간에서의 가속은 확실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물론 2.0L인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과 비교시 상대적으로 답답한 부분이고 차급과 배기량을 보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수준의 성능이다.

예전에 i30cw를 시승했던 강원도의 국도로 가서 스티어링 필링 및 로드 홀딩 부분을 체크해보았는데 i30에 비해서 당연히 열세를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차분한 거동을 보였다. 약한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는데 스포츠 주행을 하지 않는 다는 전제하에서 여성이나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각이 큰 코너에서도 i30 만큼은 아니더라도 디젤엔진으로 인한 무게 증가를 생각하지 않도록 깔끔하게 돌아나가는데 시승차에 적용된 15인치 휠 때문일까? 연속적인 코너에서 서스펜션은 든든하게 잡고 있는데 타이어가 휘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철구간이나 둔턱에서도 스윽~ 하고 충격을 잘 흡수했지만 차체 크기와 무게를 보면 16인치 휠이 적당할 것이다. 참고로 하체가 휘청 이는 듯 한 느낌은 15인치 휠을 적용한 포르테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부분...

라세티 프리미어와 i30, 포르테가 어느 정도 스포티한 주행에서도 만족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세팅이라면 아반떼는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도록 세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억지로 미끄러트리려 해도 자세를 쉬 잃지 않고 끈덕지게 라인을 찾아가는 차체 후미를 보면 재미는 없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믿음직한 주행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대차 특유의 초반답력이 강한 브레이크는 아반떼HD에도 그대로 이었는데 라세티 프리미어처럼 밟은 만큼 반응하는 브레이크와 비교를 하자면 성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대우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초반에 고개를 끄덕일 일이 많을 것 같다.

시승 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연비인데 4만원 주유로 부산 - 서울 - 서울시내 - 강원도 화천까지 에어컨을 작동한 채로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주행 할 수 있었다. 장거리 주행이 많거나 기본적으로 주행거리가 많다면 고민 없이 디젤 모델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적당한 아반떼 HD
어디하나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누가 운전하더라도 거부감이 없을 큼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능력과 모나지 않은 디자인, 그리고 뛰어난 연비는 개성 가득한 경쟁모델 사이에서 유독 아반떼의 판매량이 돋보이는지에 대한 답을 말해 주고 있었다.

2006년 출시하여 어느 덧 3년의 시간이 흘러 6단 자동변속기와 2.0L 엔진, 넓고 단단한 차체로 무장한 라세티 프리미어와 스포티하고 럭셔리한 포르테, 유럽감각이 물씬한 i30에 곧이어 출시될 뉴 SM3라는 막강한 경쟁자들과 한 치의 양보 없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아반떼의 경쟁력이 조금 약해 진 것은 사실.

다음 달 선보일 연식변경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는 한국에서 아반떼가 가는 길이 곧 준중형차가 가는 길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