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5세대로 거듭난 그랜저에 적용한 디자인 컨셉입니다.
웅장한 활공이라는 뜻의 그랜드 글라이드는 전면부의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를 통해 커다란 날개를 펴고 날개짓을 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LED 가이드 라이트가 장착된 헤드램프의 최신 현대차들과 마찬가지로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며 가로 바 그릴은 아래모델인 쏘나타와 달리 과하지 않고 고급성을 살린 느낌입니다.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이 공개되었을때 쏘나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범퍼하단의 디테일이 유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안개등 주변이 쏘나타의 그것을 연상시키는데요. 그런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쏘나타와 닮았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아반떼나, 엑센트, 쏘나타 등과 같은 최신 현대차와 일맥상통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현대만의 패밀리룩을 잘 구현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범퍼하단에는 신형 그랜저를 빛나게 하는 매력 중 하나인 ACC 레이더가 위치해 있습니다.
측면으로 넘어오면 우선 헤드램프에서 시작해서 윈도우 라인을 타고 흐르는 실버엑센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쏘나타에서는 비슷한 위치에 크롬몰딩이 적용되었는데, 확실히 크롬보다는 실버가 더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측면에 굵직 굵직한 캐릭터라인을 많이 사용하는것도 최근 현대의 패밀리룩을 충실히 재현한 모습이며 리어휀더 주변을 강조한 라인은 선대모델인 TG에서 부터 시작된 그랜저만의 전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완만하게 솟아오른 뒤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신형 그랜저의 측면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
루프라인만 보자면 여느 쿠페 부럽지 않습니다.
리어휀더에서 강조된 라인은 그대로 트렁크로 연결되며 테일램프는 가니쉬 일체형. 1세대와 2세대 그랜저 및 4세대 그랜저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이어져 오는 몇몇 디자인 요소는 서서히 그랜저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리어휀더 주변의 캐릭터라인이나 일체형 테일램프가 비단 5세대 뿐 아니라 6세대와 7세대에도 이어진다면 그때는 그랜저에도 헤리티지를 논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립형 듀얼머플러가 눈에 띄는 후면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모습입니다. 5세대에 이르러서야 크롬몰딩 = 고급스러움 이라는 등식이 깨진것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런 저런 불필요한 요소를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결단력은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
쇼퍼드리븐이었던 1세대, 2세대와 달리 3세대에서 부터 본격적인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성격을 바꾼 그랜저는 변화된 성격만큼 디자인에서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세대부터 본격적으로 젊어진 디자인은 4세대에 들어서 우아함을 강조하였고 5세대에 이르러는 스포티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그랜저가 주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분명 아쉬움이 있지만, 쏘나타와 제네시스 틈바구니 사이에선 그랜저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최선이겠죠?
부드럽게 열리는 도어를 열어 실내로 들어서면 외부만큼이나 젊어진 내부를 만나게 됩니다.
파격일색이던 쏘나타에서 한층 정제된 아반떼에 익숙해져서 인지 5G 그랜저의 인테리어는 쉽게 눈에 익숙해집니다.
넥타이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모니터와 컨트롤러, HVAC가 차례로 자리해 있으며 직관적인 배치로 이용 편리성을 높혔습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다소 센터페시아가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비게이션등과 같은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리모컨으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어 보입니다. 4세대에서 일치월장한 조립품질을 보였던 현대는 5세대에서도 기대이상을 보여줍니다.
대형 컬러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클러스터는 YF쏘나타와 유사한 디자인입니다. 피스톤 타입이 아니라 스포티한 맛은 덜하지만 대형 LCD를 통해서 차량의 주행정보는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비게이션 경로, ACC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돈값"하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기능을 담고 있기 때문일까요? 스티어링 휠은 수많은 버튼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버튼이 너무 많이 배치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주로 사용하는 오디오 관련 및 크루즈컨트롤 관련 버튼은 사용 편리성을 위해 각각 9시와 3시방향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츠타입 시프트노브는 고급성과 스포티함을 잘 버무렸고, EPB와 오토홀드, SPAS와 같은 편의장비가 시프트노브 주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트의 통풍과 열선은 각각 3단계로 조절. 대용량 센터콘솔은 센터페시아와 연결된 디자인으로 일체감을 뽐내며 마감도 깔끔한편.
1세대에서 5세대까지 소비자의 needs를 철저히 파악하고, 개선해왔기 때문일까요? 5세대 그랜저의 인테리어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가격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죠. 굳이 흠을 잡자면 도어트림과 대시보드 일부에 사용된 내장재가 소프트스킨이 아닌 부분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8인치 모젠내비게이션이 탑재된 시승차에는 JBL 12ch Logic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데, JBL이라는 이름값을 확실히 해 내고 있습니다. BOSE나 마크레빈슨 처럼 개성있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방음이 잘된 차체는 좋은 울림통의 역할을 하고 하만카돈에서 조율한 시스템은 듣기 좋은 소리를 뿜어냅니다.
2.4L 모델부터 기본적용되는 나파가죽시트는 탄성도 적당하고 촉감도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다만 스타일을 위해 양보한 헤드룸 때문에 운전석과 조수석의 엉덩이 쿠션이 조금 얇아진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랜저라는 이름과 4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을 생각해 보면 조금 더 푹신한 느낌을 주는게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쿠션은 아쉽지만 운전석 시트는 허벅지의 익스텐션 뿐 아니라 마사지 기능도 적용되어 장거리 주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가 적용된 시승차는 실내에서의 개방감은 좋지만 헤드룸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는데요.
그랜저 출시 직후 웹상에 뒷좌석 헤드룸이 좁다 갑갑하다는 말이 많지만 파노라마 썬룹이 적용되지 않은 모델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파노라마가 적용된 모델 역시 크게 헤드룸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4세대 까지의 그랜저를 탔을 때 처럼 뒷좌석에 앉았을때 공간이 넓고, 고급차에 타고 있는듯한 느낌은 많이 희석되어 있습니다.
줄어든 헤드룸을 제외하면 실내공간은 충분히 넉넉한 수준. 실내공간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트렁크 역시 두말할 필요가 없구요.
안팎으로 보다 젊어지고 스포티하게 조율된 5세대 그랜저의 모습은 시장내에서 그랜저의 위치를 대변하는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준대형 자동차의 주요 구매층이 갈수록 젊어지는데다 상위모델로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과거처럼 마냥 권위적이고 고급스러움만 강조할 필요가 없어진 것 역시 그랜저가 변화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구성과 디자인이라도 조금 더 고급스럽게 보이고, 명확한 작동감을 보이는 인테리어. 원래는 렉서스의 전문인데 5G 그랜저에서는 현대도 그에 못지 않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거듭할 수록 현대차의 수준이 높아지는 부분은 칭찬해줘야 하지만, 현대가 직접 경쟁하겠다는 브랜드들을 여전히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새롭게 바뀐 스마트키를 들고 그랜저에 다가가면, 웰컴라이팅 기능이 운전자를 반겨줍니다.
요즘에는 이런 감성적인 부분의 접근도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버튼을 눌러 5G 그랜저에 탑재된 엔진을 깨워봅니다 .
5세대 그랜저에는 2가지 엔진이 적용되는데. 쏘나타에 먼저 사용되었던 2.4L GDI엔진은 201마력의 최고출력과 25.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연비는 리터당 12.8km 입니다.
모터리뷰가 시승한 HG300에는 3.0L GDI엔진이 탑재되어 270/6,400(ps/rpm)의 최고출력과 31.6/5,300(kg.m/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연비는 리터당 11.6km.
엔진의 성능만 보자면 기존 MPi방식의 3.3L 급 엔진을 뛰어넘는 수치이며, 동 배기량에 직분사 시스템을 탑재한 알페온의 그것고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프트노브를 D로 옮기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습니다.
액셀러레이터의 초반답력이 강하던 기존의 현대차와는 달리 발진가속이 차분하고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GDI를 만나 성능과 효율이 좋아진 엔진은 거친 숨소리 한번 내지않고 1.6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밀어붙여줍니다. 엔진음의 유입이 적고 선대모델과는 사뭇 달라진 서스펜션 덕분에 실제 주행속도 보다 체감속도가 낮게 느껴집니다. 조용하면서 재빠르게 달려나가는 전형적인 고급세단의 모습이라 할 수 있죠.
5G 그랜저는 발진가속보다는 추월가속이 더 인상적입니다. 실 주행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알페온에서도 그랬고, YF쏘나타 2.4에서도 그랬던것 처럼 제원표에 적혀진 270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이 모두, 온전히 살아있는 느낌은 없습니다. 분명 차는 조용하면서도 잽싸게 달려나가지만 최고출력이 270마력인 차라고 하기엔 조금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회전에서 발생하는 최고출력보다는 실용영역에서 사용하는 최대토크가 더 중요한데, 그랜저의 경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시점이 조금 높게 설정된 탓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1.6톤의 차체중량을 생각해보면 270마력도 충분한 출력이지만, 조금 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올 상반기 출시예정이라는 3.3L 버전을 기다리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쏘나타와 아반떼, 그리고 엑센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6단자동변속기는 그랜저에서는 조금 평이한 느낌입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액셀러레이터 개도량에 따라 기어를 재빠르게 고단으로 물리고, 락업 클러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성능과 효율을 모두 잡으려 하지만 본격적인 달리기를 하려치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조금 더 재미있게 달려보자 싶을땐 D레인지보다는 수동모드를 사용하는것을 추천!
5G 그랜저의 매끄러운 주행에는 탄탄하게 조율된 섀시와 서스펜션이 한몫 하고 있습니다. 선대모델 대비 강성이 좋아진 섀시는 차량을 온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며 조금 더 단단해진 서스펜션은 출력과 차량의 성격을 생각해볼때 최소한의 선을 지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서스펜션이 1차로 충격을 흡수하고 남은 충격은 섀시가 부드럽게 2차로 흡수하는데, 덕분에 전반적인 차체 거동이 선대모델 대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얼마 전 시승했던 알페온과 비슷한 감각으로 승차감과 선회능력 사이의 절충점에서 조금 더 승차감으로 기울어진 세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섀시가 보다 짱짱해지고, 서스펜션 역시 탄탄해졌지만 본격적으로 코너에서 몰아붙이기에는 너무 부드럽고, 계기판상의 두번째 벽을 넘어서면 안정감이 사라지는 것 역시 여전합니다. 엔진과 변속기는 조금 더 가보자고 재촉하지만,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이제 그만하자며 달랜다고 할까요? 승차감을 살리면서도 뛰어난 고속주행 안전성과 선회능력을 보이는 차량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지만 국내나 해외시장에서 그랜저를 주로 구매하는 고객들의 대부분은 상당한 만족감을 표할 세팅이라 생각합니다.
VDC에 섀시제어가 추가된 VSM은 개입시점이 빠른편. 개입은 빠르지만 위화감없이 차체를 바로잡는 모습은 인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엔진의 성능을 압도할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정확하게 차를 세우는 브레이크도 이만하면 합격점!
5세대 그랜저에는 속도유지장치인 크루즈컨트롤에 차간거리를 제어하고 차간 거리와 속도에 따라 차량을 완전히 정차시키는 3세대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선택사양으로 탑재됩니다. 30km/h 이상에서 활성화 할 수 있는 ASCC는 최대 180km/h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차간거리에 따라 알아서 가속과 감속을 합니다. 차간거리는 4단계로 설정가능.
기존의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이 단순히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선에 그쳤다면 일부 고급차종과 그랜저에 탑재된 유닛은 차간거리와 속도에 따라 차량을 완전히 정차시킨 후 다시 출발하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습니다. 도로상황에 따라서는 전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한 것인데요.
실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는 꽤나 유용했습니다. 속도와 차간간격만 세팅해 놓으면 도로사정에 따라 스마트한 주행이 가능하였고 간혹 급차선 변경을 하는 차량이 있을때는 경고음과 함께 강하게 제동을 걸어 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IC나 연속적인 코너가 있는 구간을 제외하면 고속도로에서는 정말 유용한 기능.
시내주행에서도 ASCC는 잘~ 작동했지만 차간간격을 최소화해도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주행하는 것보다 간격이 크고, 재출발 시점이 조금 늦기 때문에 정체가 심한 지역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은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익스테리어에서 인테리어, 파워트레인, 주행감각까지 5세대로 거듭난 그랜저를 만나보았습니다.
보다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어느곳 하나 흠잡을 곳없는 인테리어와 장비는 그랜저가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파워트레인 역시 퍼포먼스 위주의 주행이 아닌 일상주행에서는 높은 만족감을 보여줄 것이구요. 이 정도라면 해외시장에서의 평도 기대되며 국내에서도 기존 그랜저가 보여주었던 것 이상의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소형차인 엑센트에서 부터 고급차인 그랜저까지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현대도 차를 잘 만들줄 아는 회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셈인데요. 다만 경쟁차와 동등한 수준에는 이르지만 경쟁차를 뛰어넘을만한 무언가를 보이지 않는 점은 여전합니다. 차량을 많이 판매해야 하는 현대로써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 선보이게 될 6세대 그랜저는 물론 쏘나타나 아반떼, 엑센트에서 뛰어난 상품성과 함께 경쟁차를 압도할 수 있는 한방! 을 겸비한, 세그먼트 리더로 성장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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