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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 후기

포드의 에스코트를 대체 위해 탄생한 포커스



소프트한 주행감각으로 유명했던 현대자동차나 정통 미국차라 할 수 있는 쉐보레. 2000년대 초반의 현대자동차나 쉐보레를 지금의 자동차와 비교하면 가장 많이 변화한 부분이 바로 주행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에 맞게 또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넘실거리는 듯한 주행감각을 보였던 이들이 조금씩 변화를 시작해서 요즘은 제법 탄탄한 자동차를 만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소프트한 지향의 미국차와 하드한 유럽차의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 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탄탄한 주행감을 보이면서도 세련된 승차감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고 소비자의 트렌드 역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지 않은가 싶을 때도 있는데요. 유럽에 별도의 자회사를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GM은 달리진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자회사 오펠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유럽포드를 별도로 운영하던 포드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덕분에 어딘가 어수룩하고 부족해보이던 느낌의 미국차들은 하나같이 오밀조밀하고 탄탄한 느낌으로 탈바꿈 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미국차를 만나보려합니다.

 

포드 포커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1998년 포드의 에스코트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한 포커스는 3도어 해치백과 5도어 해치백, 그리고 4도어 세단 등 다양한 바디형태를 갖추고 유럽과 북미에 동시에 선보였습니다. 북미와 유럽 모두 동일한 디자인이었던 1세대와 달리 2세대로 와서는 유럽은 보다 유럽감각이 진한 디자인을, 북미에서는 또 다른 느낌의 디자인을 채택하여 시장의 특성에 맞춰 나가기 시작하였는데, 나름 성공적이던 유럽과 달리 북미에서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3세대로 거듭난 포커스는 다시금 통합된 디자인을 적용하였는데요. 하나의 모델로 북미와 유럽은 물론,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을 공략하려는 최근 포드의 전략과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례적이라 할 만큼 빠른 시간에 3세대로 거듭난 포커스는 최근 포드가 선보이는 키네틱 디자인 컨셉이 적용되어 한눈에 보아도 포드임을 알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포드의 유럽형 모델에서 먼저 선보인 키네틱 디자인 컨셉은 최근 다양한 포드 모델에 두루 사용되고 있는데 곧게 뻗은 직선이 조화를 이루어 단단한 느낌을 강조하던 초기형 키네틱과 달리 근래에 선보인 모델에서는 곡선과 직선의 유기적인 어울림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럽형 포드 모델 특유의 사다리꼴 그릴도 적용되어 있는데, 최근 선보인 이스케이프 역시 포커스 디자인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생각해 보면 이후 선보일 포드 역시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을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한 플루이딕 스컬프쳐 기반의 현대차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과감한 시도가 덜 하기 때문에 포드 쪽이 완성도는 더 높아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승차는 깔끔한 화이트 컬러로 도장이 되어 있어서 세련된 느낌이 한층 더 강조되는 듯 했구요.

 



 

A필러를 타고 부드럽게 솟아 오른 라인이 B필러를 기점으로 매끄럽게 떨어지며 D필러로 내려오는 루프라인은 스포티한 인상을 풍기는데 날렵하게 떨어지는 윈도우 라인과 달리 루프라인은 다소 완만한 편이라 해치백 특유의 실용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강한 인상의 전면과 달리 매끈하게 처리된 측면은 다소 심심한 느낌을 연출하는데 바디 패널 깊이 파고든 테일램프가 이런 단조로움을 깨트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디 패널을 날카롭게 파고든 테일램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꽤나 입체적으로 디자인 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는데, 큼직큼직한 면과 선 이외에도 디테일 역시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입체적인 테일램프가 눈에 띄는 후면은 트렁크 일체형 리어스포일러로 스포티함을, 검게 처리된 범퍼하단을 통해 단정하고 안정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상위 라인업에 있는 고성능 모델과 달리 머플러를 히든 타입으로 처리해 두었는데, 노출형으로 변경하고 머플러 팁을 통해 포인트를 두었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대담한 터치와 조화를 이룬 키네틱 디자인은 포드의 개성을 잘 드러낸 동시에 강한 첫인상을 남겼는데요. 시승차와 다른 고급사양에서는 대구경 알루미늄 휠에 블랙베젤 처리 된 헤드램프로 한층 스포티한 인상을 가졌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스포티한 느낌을 부각시키는 쪽이 더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익스테리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테리어에서도 포드의 느낌이 물씬합니다.

 

포드가 키네틱 디자인 컨셉을 선보인 이후 출시 된 차량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를 포커스 역시 연출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한 듯 보여집니다. 블랙과 실버, 그리고 하이글로시로 꾸며진 실내는 구성이 알차고 재질 또한 고급스럽습니다. 소프트 스킨을 넉넉히 사용하여 감촉이 좋으며 가죽시트의 재질 역시 괜찮은 편입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량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구성.

 

다만, 곳곳에 보이는 허술한 마무리와 마감은 재질이 주는 고급감과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툼한 림의 스티어링 휠에서는 유럽감각이 진하게 뭍어나고

 



 

실린터 타입의 클러스터는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엔진 회전수 게이지와 속도게이지 사이에는 컬러 LCD를 구비하여

 



 

차량의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주행안전장치와 라이팅과 같은 차량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트립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컬러 디스플레이는 동급의 경쟁모델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장비로, 포커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8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아래로는 오디오 컨트롤러가

 



 

그리고 하단에는 HVAC 컨트롤러가 위치해 있습니다.

 



 

포드의 음성인식장비인 SYNC가 적용된 마이포드 터치(MyFord Touch™) 시스템은 국내에서 인스톨한 내비게이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스템을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블루투스 핸즈프리의 페어링에서 공조장치의 온도조절까지 음성인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인식률이 떨어지는 일부 음성인식 시스템과 다르게 인식률도 높으며 차량과 대화하듯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었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와이파이 핫스팟을 구성할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현재까지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죠.

 



 

피아노 블랙으로 처리되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오디오는 SONY제품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버튼을 최소화하여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제품은 트렁크에 별도의 우퍼까지 적용된 시스템으로 꽤나 듣기 좋은 사운드를 뿜어냅니다. 물리적인 버튼을 최소화 하였지만 SYNC의 음성인식이나 인포테인먼트의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또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역시 편리하구요.

 



 

컵홀더 뒤로 위치한 센터콘솔은 꽤나 깊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공간의 활용보다는 멀티미디어 연결을 위한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SD카드 슬롯은 물론, USB 단자를 2개나 구비해 두어 IT기기 사용이 많은 젊은 소비자의 취향을 잘 반영한 듯 보여집니다.

 



 

실내 공간은 차체크기를 생각하면 무난한 편으로

 



 

썬루프가 적용된 모델이지만 운전석에서는 헤드룸이나 레그룸 모두 부족함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트의 질감도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괜찮은 편이고 운전석은 전동으로 조절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장거리 주행시 요긴한 럼버서포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ISO FIX와 3점식 시트벨트를 갖춘 뒷좌석의 구성은 여타 동 세그먼트의 경쟁모델과 다르지 않습니다. 뒷좌석 역시 푹신한 느낌보다는 탄탄하게 올라앉는 느낌이 강한데

 



 

레그룸의 다소 협소한 부분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테일게이트가 크게 열리는 트렁크는 678L의 공간을 자랑합니다. 사진에서 처럼 2열시트를 폴딩하게 되면 1,268L로 공간을 확장 할 수 있어 해치백 특유의 실용성을 한껏 느껴볼 수 있습니다. 활~짝 열리는 해치게이트와 6:4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로 부피가 큰 짐을 적재하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 하구요.

 



 

지금까지 3세대로 거듭한 포드 포커스의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키네틱 디자인 컨셉의 적용으로 포드의 개성이 잘 뭍어난 디자인은 스포티한 느낌과 세련됨을 잘 조화시켰고 인테리어 역시 분위기는 스포티하게, 재질과 구성은 고급스럽고 알차게 꾸려 경쟁력을 강화된 경쟁력을 찾았는데요. 이어서 자동차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주행성능에서는 어떤 느낌을 보일지 알아보도록 할께요.

 



 

시승차는 포커스의 3가지 트림 중 5DR SEL입니다. 트림별로 장비의 구성은 상이하지만 파워트레인은 모두 동일한데

 



 

2.0L Ti-VCT 듀라텍 직분사 엔진이 탑재되어 162/6,500(ps/rpm)의 최고출력과 20.2/4,450(kg.m/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변속기는 6단 듀얼클러치가 적용되어 있으며 공인연비는 13.5km/ℓ. CO2 배출량은 173g/km 입니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습니다.

 

시동 직후 아이들링시의 소음과 진동은 매우 억제되어 있어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준중형 차량 답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세그먼트에 관계없이 엔진 정숙성을 한껏 강조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포커스 역시 녹녹치 않은 NVH 대책을 지닌듯 합니다. 하지만, 주행 중 D레인지에 정차한 상태에서는 불규칙적인 진동이 차체는 물론 스티어링 휠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이길 바라봅니다.

 

시프트노브를 D에 두고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여나가면 듀얼 클러치 답지 않게 매끄러운 변속과 함께 부드럽게 차체를 가속시킵니다. 출발 직후 듀얼 클러치 특유의 움직임을 제외하면 토크컨버터 타입의 자동변속기라 해도 무방할 만큼 매끈한 변속이 인상적인데요. 반대로 말하면 듀얼클러치 고유의 맺고 끊음이 확실한 느낌이 없어 아쉬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울컥거림은 최소화 하면서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세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또 매끈한 D레인지와 달리, S레인지에 두면 포커스의 듀얼클러치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드러냅니다. rpm을 엔진의 최고출력이 나오는 6,500rpm부근까지 한껏 올려 재빠르게 변속함은 물론, 브레이크를 밟으면 즉각적으로 기어를 낮춰 엔진브레이크를 유도하는 한편, 이어지는 재가속을 준비합니다. 4,000rpm 이상에서 뿜어져나오는 최대토크와 6,500rpm에서 폭발하는 최고출력을 한껏 즐기며 주행하기에 더 할나위 없이 좋은 세팅이라 할 수 있는데요.

 



 

차량의 성능을 한껏 끌어내며 달리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S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의 개도각을 조절하면 원하는 시점에 변속을 이끌어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일상주행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죠. 이렇게 활기찬 S모드를 가졌지만 패들 시프트는 적용되어 있지 않으며 수동변속은 쉐보레 아베오와 동일한 시프트 노브의 토글 스위치 타입이라 사용이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수동변속의 반응도 반펨포 늦어, 활용도가 극히 떨어지는 부분은 활기찬 S모드를 갖춘 포커스 듀얼 클러치의 옥의티라 할 수 있습니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 속도를 올려나갈때의 전반적인 가속력은 여타 2.0L엔진을 탑재한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내주행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rpm 영역에서는 다소 출력이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rpm을 한껏 높여서 주행할 때는 아쉬움이 크게 덜한 것을 감안해 보면 연비와 같은 부분을 감안한 세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S모드의 활기 만큼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포커스의 주행질감!

 

매끈한 노면에서의 승차감은 더 할나위 없이 좋지만, 노면이 일부 좋지 않은 곳에서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에서 엿보자면 포커스의 서스펜션은 100% 유럽감각이 아닌 75% 정도의 유럽입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틀어가며 다이나믹한 주행에 접어들면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 괜찮은 회두성을 보여줍니다. 코너가 구비구비 이어진 와인딩 로드에서도 토크 벡터링 제어 덕분에 힘차고 매끄럽게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스포츠 튠 서스펜션이 탑재된 고급형 모델에서는 보다 더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다만, TCS만 제어가능하고 완전히 OFF가 불가능한 ESP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길듯 합니다.

 



 

초반답력은 다소 약한듯 하지만 이내 충분한 제동력을 제공하는 브레이크도 합격점.

 

시승 도중 과격한 주행을 이어나갔음에도 평균연비가 8km/ℓ를 상회하였는데,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공인연비의 85%수준의 연비를 보이지 않을가 예상됩니다. 포커스에는 폭스바겐의 골프나 현대 아반떼 등에 적용된 것과 유사한 자동주차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평행주차를 보다 쉽게 해 낼 수 있어 여성운전자나 초보운전자들에게 꽤나 유용할 듯 보여집니다.




 

여기까지, 3세대 포드 포커스 해치백 SEL을 만나보았습니다.

 

국내에 먼저 선보인 토러스, 퓨전 등 북미 포드의 차량과는 상이한, 키네틱 디자인을 적용한 스포티한 실내/외 디자인에 차곡차곡 담아서 경쟁력을 쌓은 다양한 편의장비와 괜찮은 주행질감에서는 진한 유럽감각을, 곳곳에 보이는 허술한 조립품질과 이유없는 잡소리, 무엇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유럽차 특유의 감성이 부족한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미국감각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다만, 확실한 부분은 유럽과 북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가격 대비 확실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인데요. 골프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수입 해치백 시장에서 뛰어난 가성비 외에 어떤 것을 보일 지는 포드 코리아와 포커스가 두손잡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