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사게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길가에서 클론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검은색 그랜져들이 우르르 몰려가거나,
은색 아반떼가 떼를 지어가거나, 쏘나타 또는 싼타페 동호회가 출동한듯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같은차들
이런 흔함이 싫은 사람들은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컬러를 고른다거나, 애프터마켓 용품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 넣습니다.
또는 최상위트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차량 역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이지만 잘 보면 흔치 않은 차인 YF 쏘나타 F24 GDI 입니다.
YF쏘나타는 2009년 하반기 출시 되었는데요. 출시 이전 살짝 살짝 공개되던 스파이포토에서 기존의 현대와는
사뭇 다른 디자인언어가 적용될 것을 예고했었습니다. 그때마다 네티즌 들은 제발!! 제발!! 베르나 트랜스폼과 닮은 디자인만은
아니길바라며 쏘나타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는데요.
실제로 출시된 쏘나타는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현대의 새로운 디자인언어를 과감히 적용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껏 세상에 없다가 어느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디자인일수도 있으나, 1990년대 중반 유기체적인 곡선을
자주쓰던 현대의 디자인이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완성도는 그 당시가 더 좋은것 같지만 말이죠.
길고 깊게 내려오는 헤드램프와 커다란 크롬그릴로 마무리된 전면부는 솔직히 매력적인 디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호불호가 확실히 나뉠 듯 보여집니다.
측면으로 넘어오면 기존 쏘나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깊게 패인 캐릭터라인은 별개로 치더라도
쿠페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루프라인은 이 차가 패밀리카를 대변하는 쏘나타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 역시 스파이포토를 통해 일찌감치 공개되었지만 실제로 보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날렵하게 누워있는 루프라인은
실내공간에 대한 우려를 낳는데요. 특히나 국산 패밀리카를 대변하는 쏘나타이기에 넉넉한 실내공간을 어떻게 살려냈을까
사뭇 궁굼해집니다.
이런 측면을 뒤로 하고 후면으로 돌아오면 잔뜩 찌푸린듯한 테일램프가 맞아주는데요. 사실 NF때도 깔끔한 전면과는 달리
테일램프는 어딘가 화난듯한 인상이었습니다. YF는 그런 인상의 진화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측면에서 넘어온 유기적인
라인들은 테일램프로 잘 맞아떨어지고 트렁크리드에도 적당히 각을 잡아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2.4 GDI가 기존의 YF쏘나타와 다른점을 꼽으라면 외부에서는 단 하나 노출된 듀얼 머플러입니다. NF때와 마찬가지로
2.0에는 히든타입으로 깔끔하게 가리고, 2.4에서는 크롬 머플러팁으로 한껏 멋을낸 듀얼머플러를 채택하여 나름
고성능+스포티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습니다.
현대가 최초로 시도한 쿠페라이크 스타일의 패밀리 세단인 YF쏘나타는 디자인의 완성도와 호불호를 떠나서 더 이상 어떤차를 닮았다.
어디서 배낀듯한 디자인이다 라는 소리는 더 이상 듣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해외의 평도 그렇구요.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고 적용하는 첫 단계이니 만큼 지금의 쏘나타로 현대 디자인을 평가하기 보다는 다음세대의 쏘나타로 진정한
현대 디자인팀의 실력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역시 어느차를 닮았다는 느낌이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입니다. 센터스택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외부 디자인과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외부의 힘이 넘치는 듯
과도한 느낌을 실내에서는 조금 진정시켜 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2.4 GDI는 YF쏘나타 최고급형 답게 쏘나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장비를 탑재하고 있는데요.
스티어링 휠 너머로는 TFT-LCD가 적용된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위치하여 순간연비, 평균연비, 에코드라이브,
주행거리 등 다양한 정보를 컬러 디스플레이로 전달합니다.
스티어링 휠에는 블루투스핸즈프리 및 오디오,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을 제어하는 리모컨과 함께 패들시프트가
장착되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변속이 가능합니다.
패들시프트는 2.4 런칭당시 부러지는 사고로 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센터페시아는 상단에 8인치 모니터, 아래로 오디오/내비게이션 컨트롤러와 HVAC가 모여있고 하단에는 수납함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옵션으로 선택가능한 8인치 모젠 내비게이션은 K7 시승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것과 유사한 제품인데요.
기본적인 스펙은 유사하지만 UI에서는 기아와 현대만의 특징을 잘 살려두었습니다.
TPEG가 되는 내비게이션은 기본,
DMB와 IPod/USB/AUX는 물론 오토케어를 통한 자동차 진단과 주행정보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옵션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애프터마켓 제품못지않은 다양한 기능과 순정 특유의 깔끔함이 장점, 일년에 3~4회에 불과한 업데이트는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6단 자동변속기 주변은 크롬으로 마무리 되었고, 컵홀더는 여닫을수 있는 커버가 있어서 깔끔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2단으로 열리는 센터콘솔은 이제 기본이라 할 수 있겠죠?
댐퍼는 없지만 경박스럽게 떨어지지 않는 글러브 박스는 적당한 수납공간을 보여주고 그외에도 곳곳에 비치된 수납공간은
효율적인 공간활용을 보여줍니다. 조금 더 센스를 보였다면 프리우스나 볼보와 같이 센터스택 뒷면의 공간도 살렸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애정어린 푸념을 하게 되네요.
날렵하게 누워있는 A필러와 파노라마 썬루프 때문에 넉넉한 헤드룸은 아니지만 180cm가 넘는 체형이
탑승하였을때도 답답한 느낌은 없습니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루프라인 때문에 우려를 낳았던 2열은 등받이에 엉덩이를 바싹 붙이고 정자세로 탔을때는 헤드룸이 부족합니다.
시승차는 파노라마 썬루프가 장착된 사양.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대듯 편하게 앉았을때는 답답하다거나 불편한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조금 시트가 조금 꺼진듯한 느낌은 드는데, 스타일과 헤드룸 모두를 살리기 위한 어쩔수 없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내외를 어느정도 둘어보았으니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가는 순서입니다.
F24 모델이 Y20과 다른 점은 당연히 엔진입니다. 기존의 NF처럼 배기량만 차이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F24에는 직분사라고 불리는 GDI엔진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와 연료를 혼합하여 연소실로 보내는 방식이 아닌, 공기와 연료를 별도로 분사하는게 GDI. 직분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료분사 노즐을 통해 휘발유를 초고압으로 분사함으로써 마치 커먼레일을 장착한 디젤엔진처럼
출력과 연비가 상당히 좋아집니다. 더불어 압축비도 높아지기 때문에 고품질의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것이 관건입니다.
때문에 직분사 엔진을 장착한 대다수 수입차량은 고급유 주유가 필요하지만 쏘나타의 경우 일반유을
사용가능하게 하여 유류비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F24에 탑재된 2.4L GDI엔진은 201/6,300(ps/rpm)의 최고출력과 25.5/4,250(kg.m/rpm)의 최대토크를
파워텍이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전달합니다. 현대의 설명에 따르면 대략 3%의 연비향상과 10% 정도의 성능향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제원상으로 보면 그랜저TG에 탑재되는 2.7L V6유닛과 거의 유사한 성능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잠자던 엔진을 깨우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습니다.
오르간 타입으로 변경된 액셀러레이터 페달은 미세한 조작에서 확실히 기존방식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지긋이 밟자 엔진은 매끄럽게 회전하며 속도를 올려나갑니다. 기존 현대차들 처럼 초반 반응이 경박스러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는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보다 깊게 밝고 본격적인 가속을 이어나가자 속도를 높여나가는데요. 생각보다 속도계 움직임이 빠른편입니다.
쉴새 없이 변속을 이어가며 엔진힘을 전달하는데 체감상 201마력의 수치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속도계를 보면 확실히 출력의 여유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제로백 측정을 다분히 의식한듯 97km/h 정도에서 3단으로 변속되는데요. 100km/h까지 가속감은 상당히
리니어 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3,500rpm을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엔진음을 토해내지만 확실히 노이즈 보다 사운드에 가까운 편.
가속을 이어나가면 초반의 기세에서 조금 꺽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속도계를 밀어 붙입니다. 3단과 4단의 펀치력은 배기량을 생각하면
괜찮은 수준. 5단에서는 무엇인가 아쉬운 느낌이 들지만 속도제한인 210km/h까지 부담없이 끌어올리는
실력은 확실히 NF보다 발전된 모습입니다.
210km/h에 속도제한이 걸린채로 순항해도 엔진이 힘에겨워 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는데
이런 부분에서 2.0L와 확실히 차이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4L엔진과 좋은 궁합을 보이는 파워텍의 6단 자동변속기는 패밀리세단에 장착된 변속기치고는 의외다 싶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포츠모드에서 패들시프트 사용시 꽤나 빠른 변속속도 때문인데요. 기존의 파워텍 미션을 수동으로 까딱이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고속주행에서 적극적으로 다운시프트를 사용하며 운전하기에 불편하지 않는 수준.
엔진과 변속기가 발전한 만큼 하체 세팅도 뒷받침 되어야 제대로 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F24는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의 세팅을 보이는데요.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기존 쏘나타보다 상당히 단단한 몸놀림을
보여줍니다. 아마 역대 쏘나타 중에 댐핑 스트로크가 가장 짧은 차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패밀리카로는 단단한 세팅입니다.
여기에 225/45/18의 타이어는 와인딩 로드에서 어느정도 잡아 돌려도 생각보다는
많이 잡아주고 버텨내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일조합니다.
다만 이렇게 일상주행이라 할 수 있는 중저속에서는 어느정도 단단하다 싶은 서스펜션이 고속으로 속도를 올려가면
조금씩 긴장감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고속에서의 움직임을 보면 조금 더 잡아 줄 필요성을 느낍니다.
단단하지만 탄탄하지는 않은, 아직은 세련미가 부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브레이크 성능은 평범한 수준입니다. 고속에서 제동시에도 불안한 거동을 보이지 않고 초반 답력이 강하지 않아
시내주행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히스테리 증세도 보이지 않구요.
최근 거론 되는 원가절감을 쏘나타 시승기에서도 한차례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분명 잘 달려주고 기대 이상으로 돌아나가고,
부드럽게 서는 쏘나타이지만 3천만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해보면 NVH 부분을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할 것 입니다.
쏘나타로 보면 그럴수도 있지만 그랜져에 육박하는 가격을 보면 그만한 수준은 갖춰야 하니까요.
최근 출시되는 현대/기아차를 타보면서 발전된 모습에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습니다.
EF에서 NF로 발전될때에도 그랬지만 NF에서 YF의 발전은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일이나 패키징에서도 눈에 띌만한
개선을 보였지만 자동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파워트레인에서의 진보는 박수를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최첨단,
국내최초, 동급최고 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모습보다는 잘 숙성된 세련미를 보여 줄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세련된 모습이란 차 자체에서 느끼는 것도 있고,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 대한 응대와 사후관리에서 느끼는 것도 있겠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는 차가 아니라, 반드시 사고 싶어서 구매하는 그런 차가 되어야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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