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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 후기

뉴 카니발 미니밴의 후기

1980년 크라이슬러에 리아이아코카가 만든 K카와 캐러밴이 있었다면 당시 한국에는 봉고신화로 대변되는 봉고코치 차량이 있었어요.

접근법은 다르지만 미국의 미니밴, 한국의 미니밴으로 보기에 두 차량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1세대 캐러밴의 성공이후 싸커 맘의 훌륭한 동반자 역할을 하며 역사와 전통을 이어 내려간 미국의 미니밴과 달리 봉고는


 베스타와 프레지오로 진화하며 승용의 개념이 아닌 승합차량의 길을 걷게 되었고 결국 봉고3 코치라는 이름을 마지막으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카니발의 시승기에 왜 캐러밴과 봉고이야기가 나오느냐고 의아해 하실 분들을 위해 카니발의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1980년 기아가 어려운 시절 봉고 신화를 통화 회생하였는데 1990년대 후반 IMF로 기아가 다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아를 이끌어준 차량이

바로 카니발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미니밴이라는 새로운 장르보다 리터당 20km이상 달려주는 연비(승합연비측정기준)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더 부각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당시 큰 인기를 끌며 기아 재건에 앞장섰던 모델입니다.


게다가 연비뿐 아니라 성능도 좋은 2.9 DOHC TCI엔진은 이후 장영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 내기도 하였죠.

1세대 카니발의 인기를 바탕으로 현대인수 직 후 상품성을 개선한 밀레니엄 카니발, F/L모델인

카니발2를 거쳐 조금 더 미국형 미니밴에 가까운 그랜드카니발/뉴 카니발에 이르게 됩니다.

기존의 카니발이 그랜드캐러밴과 캐러밴의 중간 크기라 한국시장에는 적합했지만

 정작 미국시장에선 어중간한 크기였던 것을 보완하여 2세대 카니발은 롱바디와 숏바디

모델을 따로 출시하여 시장의 needs에 조금 더 다가선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숏바디인 뉴 카니발 9인승 모델로써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중간 그레이드(GLX)모델이에요. 적산거리계가 7500km를 보이는

시승차량은 새 차 냄새가 폴폴 나면서도 어느 정도 길들이기가 완료된 상태로 시승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는데요. 롱바디 모델이 먼저 출시되어서 인지

숏바디 모델은 뭔가 밸런스가 살짝 무너진 느낌이 들기도 해요. 프런트와 리어의 비례가 적당하지 않은 느낌이 전체적인 미니밴으로써의 비율은 롱바디인 그랜드 카니발 모델이 더 나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구형 카니발(카니발2)차량이 기존 미국의 미니밴인 포드 윈드스타와 크라이슬러 캐러밴을 적절히 믹스한, 그래서 눈에는 익숙하지만

새롭지 않은 스타일이었던 반면 신형 카니발은 미니밴이라는 틀 안에서 경쟁차종을 닮지 않으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요.

커다란 삼각형모양의 헤드램프는 밝은 야간 시야를 보장하고 테일 게이트 귀퉁이에 길게 자리한 테일 램프는 테일 게이트를

침범하지 않아 실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차체를 커보이게 하는 한편, 시인성까지 덤으로 얻은 모습인데요.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카피한 흔적도 없고 쉬 질리지도 않는 그래서 미니밴에 더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최근 기아디자인 콘셉트인 슈라이어라인이 적용되지 않은 모델인데, 차후 F/L모델이 나올 경우 어떤 디자인으로 나올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크롬으로 마무리된 도어 캐치를 열고 실내로 들어설 때면 절도 있게 움직이는 도어캐치와 도어가 열리고 닫히는 느낌에서

 예전의 카니발과는 다른 높아진 품질감과 차체강성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덕분에 차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존의 카니발과는 많이

달라졌구나! 라고 느낄 수 있죠. 소형차가 아기자기하고 젊은 느낌의 인테리어를 구성하고 고급차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면서도 고급 감을 한껏 들어낸 인테리어를 구성한다면 패밀리카는 언제 누가 쓰더라도 알기 쉽도록 직관적이며 편리한

인테리어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센터페시아 구성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배치를 그대로 따른 듯 한 카니발의 인테리어는 무난함 그자체입니다.


무난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타더라도 쓰기 편한 직관적인 배치라는 장점이 있어요.

사용하기 편하도록 높게 위치한 오디오는 IT강국인 한국에서 제작한 차량답게 USB와 ipod/mp3등 다양한 외부입력 단자를 제공하며,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흑백LCD가 넓은 편이라 주행 중에 제목이나 주파수 등을 확인하기가 쉬운 편이구요. 오디오 하단에 위치한 에어컨은 듀얼오토에어컨으로 운전석과 보조석 그리고 2열 온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었는데, 상당히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사용하기 편리했던 그랜드 스타렉스의 그것과 달리 매뉴얼을 읽지 않고 바로 사용 한다면 조금 헤매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어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승차량에 탑재된 편의 장비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바로 슈퍼비젼클러스터라고 불리는 LED조명 계기판 클러스터인데요.

key-on과 동시에 점등되며 주/야 모두 완벽한 시인성을 제공해 주어서 운전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장비입니다.
다만 계기판조명을 비롯하여 실내 곳곳의 조명이 예전 국산차에서 자주 사용하던 녹색이라서
요즘 기아차에 적용하는 레드컬러의 조명이 사용되었다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어요.

미니밴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실내공간 활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3열 9인승으로 구성된 뉴 카니발의 경우 1열과 2열은 독립시트에 보조시트가 붙어 있고 3열은 벤치시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열과 2열에 붙은 보조시트는 간단하게 폴딩하여 워크스루 기능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시트 백만 폴딩하여 수납공간으로도 이용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헤드레스트도 없고 쿠션 또한 보조시트 개념에 가깝게 만들어져서 장거리 이동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폴딩시트 덕분에 워크스루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니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3열의 경우 폴딩을 하거나 180도 회전등 다양하게 배치하여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신형 캐러밴에 적용되는 스토&고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조금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롱바디 모델에 비해 차체가 짧아서 3열에 적당한 레그룸 확보를 해버리면 트렁크가 상당히 줄어버리게 되어 6인 이상 승차시 트렁크가

넉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내가 넉넉하지도 않은 아주 어중간한 공간활용을 보여 주었는데요. 모터리뷰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소비자를 위해 롱바디 모델에 9인승 시트를 장착한 리무진 모델이 판매되고 있지만 조금 높은 가격 때문에 실제 판매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시승 당시 6인 탑승 후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는데 숏바디에는

이 정도 인원도 조금 많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트렁크에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짐을 싣게 되면 2, 3열 간격이 애매해 지고 장거리 주행에도 불편하지 않게

좌석간격을 재배치하면 트렁크 공간이 부족해지는,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여행용도로 쓰기에는 롱바디 모델에 9인승

시트 배치가 가장 적당한 패키징일 듯합니다.

싸커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실내공간이라면 아빠들이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성능.

최근 출시되는 카니발은 전 트림에 VGT엔진이 장착되지만 시승모델은 WGT가 장착된 모델로써 2902cc 170마력입니다.

이전 세대인 카니발2의 엔진이 145마력인 것을 보면 비록 WGT이긴 하지만 부족하지 않는 출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3000cc에 육박하는 배기량에 4기통엔진이라서 그런지 시동을 걸자 카랑카랑한 엔진소리와 함께 진동이 전달됩니다. 아마 다음세대 모델에는 V6 3.0L S엔진이나 2.2L R엔진이 장착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개선을 거듭한 엔진답게 시동 직 후 이외에는 별다른 진동이나 소음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편입니다.

 
WGT엔진이라서... 혹은 최신 디젤엔진에 익숙해 져서 일까요? 가속 시 한 박자 늦은 반응은 시승 내내 아쉬운 부분이었는데요.

구형 엔진과 구형 변속기를 사용하던 1세대 이전의 현대/기아차와 최신형 엔진과 최신형 변속기를 사용하는 최근의 현대/기아차 사이의 과도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러한 파워트레인은 아마도 연비위주, 그리고 내구성 위주로 세팅된 트랜스미션 때문으로 보입니다. 변속기는 일전에 시승했던 그랜드 스타렉스와 마찬가지로 수동모드를 탑재한 5속 변속기인데요. 아이신제품을 사용했던 이전세대 카니발과 달리 현대 파워텍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션반응이 느릴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초반 가속 시나 롤링스타트를 할 경우 한 박자 늦은 반응은 전체적인 차량의 만듦새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덕분에 시원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오히려 이전 세대의 카니발이 더 좋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 하지만 잃는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뉴 카니발의 장거리 연비는 가속력에 대한 불만을 머릿속을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잊어버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고속 주행 시 60km/h가 넘으면 5단으로 변속되고 액셀러레이터 개도 각에 큰 변화가 없으면 바로 락업클러치가 작동하여 rpm이

2천 이하로 내려가는데요. 6인 이상이 탑승한 조건에서도 통상적인 주행은 2천 rpm이하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의 긴 언덕을 주행할 경우에도

경사가 심하지 않으면 락업이 붙은 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넉넉한 토크보다도 떨어지지 않는

기름게이지를 보며 내심 뿌듯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시승당시 기록했던 연비는 리터당 15km로

공인 연비인 10.5km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서스펜션 역시 기존의 모델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부분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를 제외하고 평상시 승차감이나 문턱 등을 타고 넘는

느낌은 승용차인 SM5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1차 충격이후 리어가 출렁이던 기존모델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가 없었으며, 고속에서 꿀렁이며 나아가던 카니발의 모습은 더 이상 없습니다.

170km를 상회하는 속도가 아니라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은 직진주행성!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승차감은 나쁘지 않은 1998년 첫 출시 이후 10년여가 흐른 지금 기아는 한국형 미니밴 서스펜션 세팅에 물이 오른 듯 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데요. 넓은 차폭과 함께 그리 높지 않은 롤센터 덕분에 대부분의 코너는 무리 없이  돌아 나가지만 차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차량들은 적당히 롤을 보이다 그 이상이 되면 타이어가 스키드 음을 내고 그 한계를 넘으면 언더스티어 혹은 오버스티어 현상을 보이는데요. 뉴카니발의 경우 지금이 한계인가 싶은 경우에도 묵묵히 코너를 돌아나가다가 조금 더 속도를 내볼까? 하면 여지없이 강한 언더스티어를 보이거 든요.

미니밴을 한계상황까지 몰아붙일 오너가 과연 몇이나 있겠나 싶지만 자신의 차량을 과신하고 한계를 넘게
되면 기대하지 않았던 차체거동 때문에 많이 놀랄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 파워트레인이나 디자인, 품질 등은 몰라보게 좋아져 도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캐러밴등과 비교해서 부족한 점이 없다고 보입니다. 컬럼식 시프트레버를 고집하던 업계에 플로어 타입
시프트레버를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거기까지.. 크라이슬러가 스토 & 고를 비롯하여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상품성을 극대화 할 때, 높은 신뢰도와 무난한 차량 만듦새로 시에나가 자리를 굳히는 동안, 연비와 성능, 그리고 밸류 세 가지 모두 극대화한 오디세이가 나오는 동안 가장 안전한 미니밴이라는 것

이외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게 지금 카니발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앞만 보고 잘 달려왔지만 이제 부터가 제대로 잘 나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의 행보가 10년 뒤의 카니발을 한국형 미니밴으로 안주하게 할 것인지 클래스 리더로써의 역할을 하게 할 것인지 판가름 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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