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무라노 3.5 V6 차량
"이런차도 있었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차이면서 실제로 타보면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소리를 함께 듣는 차.
이번에 시승한 닛산 무라노를 정의 할 수 있는 말인데요. 흔히 닛산이라고 하면 오랜 명성의 VQ엔진이나
특유의 스포티함 그리고 GT-R로 대변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최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저가 시장을
집중공략 중인 알티마도 빼 놓을 수 없는데요. 무시무시한 성능의 GT-R도 아니고, 바람이 깎아 놓았다는
알티마도 아니지만 닛산의 매력이 가득한 모델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닛산의 중형 SUV 인 무라노입니다.
단정하게 수트를 입은 듯한 느낌의 알티마와 달리 무라노는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커다란 운동화를
신고 있는 사람을 보는 느낌을 주는데요. 주력시장인 북미시장에 맞춘 디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기하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헤드램프와
그릴은 다른 차와는 다른 무라노 만의 개성을 강하게 어필하는데요. 디자인이 워낙 주관적인 부분이다 보니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저 역시도 시승 첫날에는 디자인이 조금 어색하다 싶었지만 금방 적응되었는데요.
눈에 익은 후에는 강한 인상과 함께 스포티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프런트와 리어 휀더에는 캐릭터라인이 봉극 솟아 올라있으며 도어 하단과 윈도우 라인 하단에도
디자인이 심심하지 않도록 캐릭터라인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단정하고 깔끔한 알티마나, 가만히 서 있어도 뛰쳐나가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의 370Z,
도심에서 더 잘어울리는 로그와 다르게 무라노는 디자인의 세련미가 조금 부족해보입니다.
개성있는 전면이나 빵빵한 후면은 좋지만, 측면에서 너무 욕심을 부린 느낌이랄까요?
캐릭터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실버보다는 조금 어두운 컬러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험로주행을 염두에 둔 SUV 답게 차체 하부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마무리하여 차체의 손상을 방지하는
한편 붕 떠보이지 않는 디자인에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측면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후면 역시 나무랄데 없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카롭게 파고든 테일램프는 강렬한 인상의 헤드램프와 맥을 같이하고 뒷 유리 역시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우선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측 후면에서 바라보는 무라노의 다지인이 제일 괜찮다고 느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앞 뒤를 부드럽게 말아올린 디자인이라 사진으로 보거나 실제로 보아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실내에 오르면 그 느낌이 틀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원상의 크기 역시 국산차인
베라크루즈보다는 조금 작고, 싼타페보다는 조금 크다고 나와있죠. 실내에서 체감하는 공간감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블랙컬러로 단장한 대시보드는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스티어링 휠이나 센터페시아에는
실버페인트를 사용해서 포인트를 두고 있구요. 단순한 듯 보이지만 HVAC나 오디오는 상당히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매뉴얼을 읽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3써클 타입의 클러스터는 고휘도 LED가 적용되어 주야 관계없이 확실한 시인성을 보여주며, Key-on 시
세레모니 기능도 추가되어 있습니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260km/h까지 기록된 속도계는 무라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
대쉬보드 상단에 내장된 LCD는 아이나비의 3D 내비게이션이 매립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공조, HVAC, 차량 정보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닛산 - 인피니티 차량을 시승할 때 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센터페시아 상단의 컨트롤러가
내비게이션과 연동 되었다면 사용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부분은 국내 판매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개선될 부분이지만 말이죠.
한글 인식이 불가능 한 부분을 제외하면 어디하나 나무랄 데 없는 무라노의 사운드 시스템은 닛산-인피니티가
애용하는 BOSE의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순정 카오디오의 경우 저음과 중음, 고음을 각각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데 무라노에 탑재된 BOSE의 경우 저음과 중음만 임의적인 설정이 가능합니다.
고음이 강조되는 헤비메탈이나 클래식을 듣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지만, 아무래도 무라노의 BOSE 시스템은
저음이 강조되는 음악에 더 잘 어울리는데요. 볼륨을 절반 정도만 올려도 마치 클럽에 와 있는 듯 강한 비트를
때려주는 BOSE 사운드 시스템은 무라노의 가치를 높혀주는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SUV답게 곳곳에 마련된 수납공간도 무라노의 장점.
글러브 박스와 센터콘솔 모두 SUV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공간을 가졌습니다.
대부분 7인승인 국산 SUV와 달리 무라노는 5인승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2열공간이 상당히 넓은데요.
올 상반기 시승했던 토요타의 RAV4 역시 보기와 다르게 넓은 2열공간을 가져서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무라노는 더 넉넉한데다 리클라이닝을 지원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시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넉넉한 실내공간과 탁트인 파노라마 썬루프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할나위 없이 좋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실내공간 만큼이나 적재공간도 넉넉합니다.
트렁크 내에 마련된 핸들을 당기면
시트를 폴딩하여
트렁크를 보다 넓게 사용할 수 있으며, 핸들 위의 버튼을 누르거나 운전석에 있는 버튼을 조작하여 전동으로
시트를 다시 펼칠 수 있습니다. 작동이 쉬운 폴딩시트는 무라노를 시승하면서 오디오와 더불어 상당히 높은 만족감을 주었는데요.
시트를 접고 펴는 것과 같은데 익숙하지 않은 여성운전자들에게 정말 편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일 게이트는 당연히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구요.
닛산 특유의 스마트키를 쥐고 무라노에 올라 버튼으로 시동을 걸면 아주 부드럽고 매끈한 VQ엔진이 화답합니다.
무라노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SUV가 아니라 휘발유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데요.
몇년전 부터 수입 SUV 역시 대세가 디젤로 기운지라, 오랫만의 가솔린 SUV는 꽤나 낯설었습니다.
14년 연속 워즈오토의 베스트 10대 엔진에 수상한 저력을 겸비한 닛산의 VQ유닛은 해를 갈 수록 개선을 거듭하는데요.
무라노에는 3,498cc 유닛으로 260/6,000(ps/rpm)의 최고출력과 34/4,400(kg.m/rpm)의 최대토크를 자랑합니다.
동일한 엔진을 3.7L급으로 증대시켜 인피니티 전 라인업과 370Z등에 사용하는데요. 닛산-인피니티가 고루쓰는
범용엔진이니 만큼 높은 신뢰도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승용차와 달리 SUV는 무게도 증대될 뿐 더러 험로주행시 저속토크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디젤엔진을 선호하는데요. 무라노의 경우 1,6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 이상을 발휘하기 때문에 일반주행은 물론,
험로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알티마와 동일하게 무라노에도 닛산의 xTronoc CVT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변속기의 다단화 추세를
인피니티는 7단 변속기로 대응하고 닛산은 xTronic CVT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국내에 출시된 SM3, SM5
그리고 QM5에도 닛산의 xTronic CVT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시프트레버를 D로 옮기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가볍고 매끈하게 움직여 줍니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차량 답게 엔진 소리는 거의 들려오지 않으며 디젤엔진 특유의 반박자 느린 듯한
반응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변속기는 CVT! 변속충격 역시 느낄 수 없는데요.
알티마를 시승하면서 꽤나 깊은 인상을 받았던 xTronic CVT는 무라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매끈하게 회전수를 상승시키고 1.9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가볍게 이끌어 나갑니다. 평상시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지 않으면 rpm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면서 좋은 연비를 이끌어 내는 부분은 최근 출시된 차량들과 유사합니다.
출력이 넉넉하기 때문에 D레인지에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아 킥다운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맹렬한 가속이 가능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원한다면 수동모드를 이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임의적으로 설정된 값으로 작동하지만 CVT 답지 않게 아주 빠른 반응을 보이는데다 엔진브레이크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속화 도로에서 약 160km/h 부근까지는 무게나 공기저항을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하게
속도를 올려나갑니다. 물론, 그 이후로 가속이 이어지지만 다분히 미국시장을 의식한 듯한 하체 세팅은
더 이상 속도를 높히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몸으로 전해 줍니다.
무라노는 일상주행에서 꽤나 좋은 승차감을 선사합니다. 여기에는 진동과 소음이 작은 휘발유 엔진의
특성이 추가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기본적인 세팅자체도 장거리 이동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조율되어 있습니다.
평균속도 140km/h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장시간 주행하였음에도 별다른 피로가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하는데요.
전반적인 차체의 움직임은 여유롭다 라는 말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닛산의 DNA는 무라노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스포티한 성향의 SUV에
비해 분명 댐핑스크로크가 길지만 동급의 국산 SUV보다는 짧게 설정되어 있어 여유로움 속에 단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너를 꽤나 세차게 돌아나가도 롤이 크지 않으며 고속 레인체인지 역시 무리없이 소화해 내구요.
무라노의 이런 자신감 넘치는 주행에는 VQ엔진과 xTronic CVT를 바탕에 둔 파워트레인과 전자식 4WD인
All mode 4x4i 가 큰 역할을 합니다. 험로에서의 주행성 역시 놓치지 않았지만, 무라노는 Off road 보다는 On road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4WD 시스템 역시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 보다 더 안정적인 드라이빙을 위한 장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닛산 무라노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9.3km. 고속주행과 급가속을 일삼았던 시승 당시의 연비는 약 리터당 6.5km로
공인연비에는 못미쳤지만 3.5L 가솔린 SUV 기준으로는 꽤나 괜찮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발았을때 쿠아아앙~ 하며 뛰쳐나가는 VQ엔진을 탑재했음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괜찮은 수치가 아닌가 싶은데요.
넓은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었고, 공간활용도나 편의성 역시 수준급.
충분히 검증된 VQ엔진과 xTronic CVT는 아쉬울 것 없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50,800,000원 이라는 가격표도 동급의 국산차를 생각해보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편인데요.
무라노를 직접 경험해 보고 그 매력을 느꼈다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라면
인피니티 무라노가 아닌 닛산 무라노이기 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닛산은 GT-R이나 370Z가 아니더라도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괜찮은 차량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