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알페온 EL300 준대형
GM대우의 준대형 신차인 알페온은 보는 순간 마치 오래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직접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웹상에서 오펠 인시그니아와 뷰익의 라크로스로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야 직접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GM대우가 분위기, 라인업 쇄신을 외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첫번째 작품인 알페온! 1박2일의 런칭행사를
통해 제주도에서 만나보고 왔는데요. 야심차게 준비한 알페온은 과연 어떤 자동차인지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 볼까요?
우선 디자인을 먼저 살펴보면, 새롭다라는 느낌보다는 익숙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뷰익의 라크로스를 정말 많이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네모 반듯 하지만, 끝을 살짝 치켜 올린 헤드램프는 고급차 특유의 권위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GM대우의
준중형 세단인 라세티 프리미어와도 맥을 같이하는 디자인 입니다. 폭포수에서 모티브를 따온 수직그릴 역시
고급세단에 빠질 수 없는 요소! 그릴 중앙에는 GM대우가 아닌 알페온의 로고가 붙어 있구요.
그릴과 안개등 주변에 크롬이 사용되었지만, 예전의 국산차들 처럼 크롬을 남발하지 않아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데요. 매끈하게 잘 디자인 되었지만, 라세티 프리미어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처럼
강렬한 첫인 상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대신 오래봐도 질리지 않은 매력이 있겠죠?
전면에서의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지만 측면으로, 후면으로 넘어오면 무덤덤한 차가 아닌,
알페온만의 개성이 디자인 속에 듬뿍 담겨 있습니다.
최근 몇년새 유행 중인 쿠페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루프라인은 물론, 헤드램프에서 시작되어 부드럽게 연결되다,
리어 휀더 부근에서 봉긋 솟아오르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1950년대 초기형 뷰익의 헤리티지를 잘 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측면과 연결되는 뒷모습은 고급차에 걸맞는, 우아한 모습인데요.
사실 우아하다, 멋지다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기 보다, 신형 에쿠스와 닮았다는 말을 하는게 더 어울리 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배꼈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웃음 거리를 만들 뿐이죠.
하지만, 전면에서 측면, 후면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는 부분에서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급차 답게 테일램프에는 LED를 넣었고,
머플러 팁 역시 최근 트렌드에 맞게 범퍼에 매립되어 있습니다..
알페온의 디자인은 조금 심심한듯 하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인데요.
디자인 평가를 위해 차를 이리저리 살펴 보았을 때 우아하다! 라는 딱 한마디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차인 것이죠.
익스테리어에 이어 인테리어를 확인하기 위해 실내로 들어가면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알페온의 실내로 들어서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가 바로 "앰블럼을 보지 않아도 GM대우차에 타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인데요. 라세티 프리미어를 필두로
그 이후 출시 된 GM대우 차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패밀리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출시되는 국산차를 타 보면, 예전처럼 어디서 본듯한 몰개성한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色을 가진
인테리어를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 크다 싶은 스티어링 휠에는 핸즈프리 및 오디오 리모컨이 장착되어 있으며
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클러스터는 한글로 다양한 정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클러스터의
고급성이나 시인성 측면에서는 경쟁차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조금 독특한 디자인의 센터페시아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내비게이션을 비롯, 공조 및 오디오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 뿐 아니라 버튼류의 구성이나 질감에서 라세티 프리미어는 물론, 캐딜락 등
다양한 GM의 차량이 연상되는데요. 차후 출시될 카마로나 토스카 후속모델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버튼류의 조작감을 비롯한 감성품질은 나무랄데 없는 수준이지만 내비게이션 등의 조작에 필요한 버튼은
한글로 해두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가죽을 사용, 고급스럽게 마감된 시프트레버는 캐딜락의 CTS와 동일하며,
슬라이딩이 가능한 센터콘솔 속에는 USB 및 AUX 입력단자가 위치해 있습니다.
알페온에는 하만 베커社의 인피니티 오디오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국산차를 보면 단순히
운전의 즐거움이나 편의성을 떠나 보고 듣고 즐기는, 감성적인 만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임을 알 수 있는데요.
JBL이나 렉시콘, BOSE 와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탑재하는 것 역시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페온의 실내는 준대형차라는 세그먼트에 걸 맞게 체감공간이 상당히 넉넉한 편입니다.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한 시트 역시 허리를 단단하게 지지하기 보다는 거실에 있는 쇼파처럼 부드럽게 감싸주는데요. 고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추가한 스티치가 조금 투박하긴 하지만 실내의 전반적인 감성품질은 종래의 GM대우차를 뛰어 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바람을 뿜어내는 방식이 아닌 빨아들이는 흡입식의 쿨링시트를 적용, 탑승자의 건강까지 고려했다고 하네요.
공조 및 오디오 컨트롤이 가능한 리모컨이 탑재되어 있는 센터 암레스트는
넉넉한 뒷좌석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장비라 할 수 있죠.
뒷좌석에서도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탑재되어 있지만, 이로 인해 헤드룸에서 조금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파노라마 썬루프는 캐딜락 CTS에 탑재된 것과 거의 동일한 제품인데요. 루프 중간을 가로지르는 바의 크기를 최소화 해서 개방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죠.
이렇게 내 외부를 둘러 봤으니 이제 본격적인 시승에 나설 차례입니다.
알페온에는 두가지 엔진이 탑재됩니다. 런칭과 함께 선보인 모델은 3.0L SIDI 직분사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10월 경에는 2.4L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240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구요.
미디어 런치의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EL300 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EL300에는 3.0L SIDI 직분사 엔진이 탑재되는데요.
263/6,900(ps/rpm)의 최고출력과 29.6/5,600(kg.m/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캐딜락의 CTS 3.0에 장착되는 것과 동일한 엔진입니다.
여기에 GM이 자랑하는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동력을 전달하는데요. 공인연비는 9.3km/ℓ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습니다.
보도자료나 다른 기사를 통해 알페온의 정숙성이 많이 언급되었었는데요. 시동을 걸고 나면 왜 다들 알페온의
정숙성을 극찬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정숙성을 자랑합니다. 직분사 엔진 특유의 소음도 당연히 들을 수가 없구요.
주행 시에도 윈드노이즈나 로드 노이즈는 최소화 되어 있으며 엔진회전수를 4,000 이상 올려도 조용한 실내를 유지합니다.
정숙성 만큼은 경쟁차는 물론, 렉서스와 비교하여도 손색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정숙성과는 달리, 차량의 움직임은 그리 빠릿빠릿 하지 않습니다. 흔히 자동차 성능의 척도로 보는
100km/h까지의 가속시간이나 추월가속은 3.0L의 배기량이나 263마력이라는 출력을 생각해 볼 때 조금 의야하다 싶은데요.
수동모드로 조작해 보면 분명 출력이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초반가속이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100km/h를
넘어가면 아주 쉽고, 매끈하게 속도를 올려나가는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테스트를 위한 다양한
조건에서 주행 시 답답한 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크게 부족함을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죠. 초반에서
약간의 답답함을 지나면 7,000rpm 가까이 회전하는 매끈한 엔진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6단 자동변속기 역시 다이내믹한 드라이브 보다는 여유로운 주행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해 세팅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분명 아쉬움이 남겠지만, 부드럽고 여유로운
일반적으로 대형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주행을 하는데는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19인치라는 큰 사이즈의 휠을 장착하였음에도 시종일관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선사하는 것도 알페온 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잔 충격은 실내로 전달하지 않고, 큰 충격은 투둑 하며 넘겨버리는데요.
경쟁모델인 K7의 단단하면서도 튀는 듯한 승차감이나, 그랜져의 시종일관 흐물거리는 모습과는 분명 다른 움직임 입니다.
유연한 승차감을 가졌음에도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괜찮습니다. 원래 승차감과 핸들링이라는
두가지 요소는 양립하기 힘든데, 알페온은 그 절충점을 잘 찾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동력 역시 초반에 답력이 몰려있지 않아 부드러운 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속에서 급제동시 생각보다 제동거리가
길게 나오는 부분은 안전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차후 개선의 여지가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의 시승을 끝내고 난 뒤, 알페온의 주행특성을 정리해 보자면
가속성능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았지만, NVH이나 핸들링, 승차감에 있어서는 마치 경쟁차 보다 한급 위의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준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세티 프리미어 때 느끼고, 마티즈 크리에이브 에서 다시금 느꼈던 변화된 GM대우를 알페온에서도 역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분명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덮고 남을 만큼 매력이 많았는데요. 조금 답답한 가속력만 제외하면 라세티 프리미어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보다 되려 한국적인 취향에 더 가까운 차가 알페온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또 GM대우에서
알페온에 거는 기대가 꽤나 큰 편인데요.
오랫만에 등장한 GM대우의 준대형차 알페온! K7을 필두로 한 쟁쟁한 경쟁차종이 포진해 있지만 시장에서의 건투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