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70 D5 왜건 시승후기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친구들과 함께 자주 여행을 가는것을 즐기는데요.
여행 그자체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여행때 사용할 자동차를 타보는 즐거움도 함께 있기때문에 항상 여행에 목말라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행과 여행을 위한 렌트를 자주하고는 합니다. 모터리뷰에 포스팅된 몇몇의 시승기도 여행을 위해 렌트한 차량으로 시승했었거든요.
국산차를 대표하는 중형차, 준중형차, RV 등 다양한 차종과 함께 여행을 즐겼었는데요. 11인승과 9인승의 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마어마한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미니밴을 제외하고는 실내공간과 트렁크가 하나로 이어졌던 라세티 왜건과 i30cw가 여행에서 가장 편안하고 유용했다는 기억이
남았습니다. 왜건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국내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하거니와 평소에 왜건을 잘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유용성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요. 3박4일간의 여행동안 함께 했던 라세티 왜건과 i30cw는 넘치는 실용성과 편의성으로 왜건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었습니다.
그 후 1년이 넘도록 왜건과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얼마 전 시승했던 2대의 볼보에 이어서 새로운 볼보를 시승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XC70.
왜건 모델인 V70에서 크로스컨트리 성격이 강해진 모델인데요. 자동차를 잘 아는 분들께서 한결같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델이라 더욱 기대를 많이 했었습니다.
우선 새하얀컬러의 차체가 먼저 눈에 띄는데요. V70보다 차체높이가 조금 높아졌지만 붕 뜬 느낌이 나지 않도록 범퍼를 비롯한 차체 하단을 장식한
V70 입니다.
검은색 플라스틱은 전체적으로 차량을 안정감있어보이게 하는 동시에 혹시 모를 Off-road 주행시 차체하단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활도 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살린 엣지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30을 시작으로 S80까지 SUV를 제외한 볼보 전 라인업에서 볼 수 있는 가로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에는 당연히 HID램프가 적용되어 있구요.
그릴속에는 전통적인 아이언 마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XC70에는 신형 S80이나 XC60과 달리 기존의 아이언 마크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곧 출시될
신형 XC70에는 아마 100M 밖에서도 볼보임을 알 수있도록 디자인 되었다는 신형 아이언 마크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전면부에서는 검은색
플라스틱 장식이 덧대어져 있긴 하지만 요리보고, 저리봐도 볼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디자인이에요.
XC70이 크로스컨트리 성향의 왜건임을 알 수 있게하는 부분이 바로 측면입니다. 스타일을 더욱 중시하면서 기교를 부리는 다른 왜건형 차량과는 달리
왜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과서 적으로 디자인된 측면을 보면 딱 두가지 단어가 떠오릅니다. 심플함, 그리고 실용적.
흰색의 시승차는 유난히 하단에 두른 검은색 플라스틱이 도드라져 보이는데요.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이렇게 폼나게 마무리 하는걸 보면 역시
볼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용적인 차량이 그러하듯이 지붕에는 루프랙이 장착되어 있는데요. 보통 이런 부품들은 여러차종에 공유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디자인하는것이 보통인데 XC70은 XC70만을 위한 제품인것 같습니다. 루프랙 옆부분에 떡하니 XC70이라고 이름을 붙여놓은걸 보면 말이죠.
깔끔하게 잘 다듬은 측면을 지나 후면으로 넘어오면.. 개인적으로는 살짝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850에스테이트 때 부터 봐왔던 길다란
테일램프와 맥을 같이하는 부분은 좋지만 L자 형태로 내려온 부분은 조금 어색한것 같아요. 볼보에서도 고심끝에 내놓았을 디자인이지만 살짝 아쉽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네요. but, 테일램프가 살짝 아쉬울뿐 나머지 부분은 측면이나 전면과 흐름을 함께 하는데요. XC60때 환상적인 S라인의 테일램프에
익숙해져서 그럴뿐 크게 흠잡힐 만한 부분없이 잘 마무리 되어 있습니다.
외부는 적당히 둘러봤으니 이제 실내로 고고.
외부디자인도 한눈에 볼보임을 알수 있었는데 실내역시 볼보를 한번이라도 타보았다면 바로 볼보임을 알 수 있는 볼보스러운 디자인입니다.
길고 얇은 에어벤트를 필두로 인체공학적인 HVAC컨트롤, 센터스피커 중앙에 떡하지 위치한 팝업스크린형태의 내비게이션,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라고 불리는 센터스택까지 이게 바로 볼보입니다.
XC60과 C30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볼보의 인테리어는 처음타본 차량이지만 여러번 타보았던것 같은 익숙한 느낌을 전해주는데요. BLIS나 차선이탈감지시스템,
혹은 주행안정장치 등을 켜고 끄거나 주행가능거리 등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얻는과정이 C30을 비롯한 모든 볼보차량에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스위치로 크루즈컨트롤을 작동하거나 블루투스 핸즈프리, 오디오 컨트롤을 할때도 마찬가지구요.
베이지를 바탕으로 에스프레소 브라운 컬러가 적절하게 섞여있는 인테리어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인데요. 베이지라는 색 자체가 실내를
조금 더 화사하고 고급스럽게 보이는 역활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에스프레소 브라운 컬러의 시트가 그 고급스러운 느낌을 2배쯤 올려주는 것 같아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에스프레스 브라운 가죽시트는 앉아보면 편안하게 몸을 감싸면서도 너무 푹신푹신하지 않아서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 하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중형차량인 V70을 베이스로 한 차량답게 넉넉한 실내공간은 기본. 넉넉한 실내공간속에서
빛나는 에스프레소 브라운 가죽시트의 매력은 1열보다는 2열에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용 부스터 쿠션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의 체격에 맞게 올바른 안전벨트 장착이 가능하도록 두단계에 걸쳐서 시트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2열에 탑승하는 어린이의 안전까지 배려하는 볼보의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비율로 폴딩이 가능한 2열시트는 실용성이 좋은 왜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하며, 네트와 칸막이를 이용하여 물건이 실내로 날아오는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단단히 고정하는 것도 가능하게 합니다. 스크린이 붙어있어서 적재한 짐 위 부분을 깔끔하게 유지하도록 하는건 기본이죠?
실내/외를 적당히 둘러보았으니 이제는 XC70의 진면목을 알아볼 시간.
크로스컨트리를 표방하는 XC시리즈이니만큼 오프로드에 가서 흙도 한번 밟아봐야 하지만 급하게 이루어진 시승이라 속속들이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XC70에는 얼마 전 시승한 XC60과 동일한 2.4L 직렬 5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볼보에서는 흔히 D5엔진이라고 부르는데요. 고급차인 S80과
SUV인 XC90 등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어 사용될 만큼 성능이나 내구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엔진으로, XC60을 시승할 당시 괜찮은 반응과
부드러운 엔진음이 꽤나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었던 기억이.
XC70에 탑재된 D5엔진은 18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2,000~2,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입니다.
당연히 적용된 스마트키를 가지고 도어잠금을 해제한후 XC70에 올라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습니다. 낮게 깔리는 중저음의 엔진음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SUV보다는 낮지만 승용차보다는 살짝 높은 시트포지션은 운전에도 도움이 되며 스커트를 입은 여성 운전자들이 타기에도 딱 적당한 높이입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가속을 이어나가자 묵직한 엔진음을 토해내며 가속을 이어나가는데요. 계측기를 통해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체감상 가속력은
XC60보다는 조금 더 빠른 느낌입니다. 물론 신차인 XC60과 길이 제대로 든 XC70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120km/h 이후의 가속력은
확실히 펀치력이 살아있다는 느낌. 넉넉한 토크는 효율좋은 아이신워너의 6단자동변속기와 AWD파워트레인을 통해 4개의 바퀴로 전달되는데요.
평소에는 앞에 있는 2개의 바퀴에 전체 구동력의 95%가, 도로상황에 따라서 뒷에 있는 2개의 바퀴로는 최대 50%까지 동력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가속을 이어나가면 2,000rpm이 채 안되는 구간에서 100km/h의 속도가 나오는데요. 이 상황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작동시켜서 편안하게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면 바닥에 있던 킥다운스위치가 딸깍 하고 작동하면서 있는 힘껏 달려나가는 것도 가능한,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배기량과 출력이 크지 않기때문에 고속에서도 힘들이는 기색없이 달려나가지는 않지만 혼자 미친듯이 달리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탈 일이 더 많을 차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시승구간이 고속도로가 대부분이라서 급하게 방향전환을 하며 차체의 움직임을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조금 높은 속도에서 차선변경시에도 뒤가 흐트러지지 않고
잘 따라오는데요. 한계를 넘어선 수준이 아니면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주행시에 꼬리가 긴 왜건형태의 차체를 잊어도 될 만큼의 거동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쫀득쫀득하게 도로에 달라 붙는 C30 정도는 아니었구요. 꽤나 탄탄했던 XC60보다는 살짝 무르지만 원하는 만큼 움직여 주고, 나긋나긋한 승차감도 즐길 수 있는 딱 그 정도입니다.
시간은 짧았지만 거리는 길었던 시승을 마치고 한남동에 위치한 볼보 본사로 시승차를 반납하는데 처음으로 커다란 차체가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베베 꼬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길!! 주차장을 내려가는 동안 전/후방 범퍼에 위치한 주차센서가 내내 울어대는 통에 살짝 긴장을
하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요. 살짝 푸근했지만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XC70이라서 그 동안 작지 않은 차체의 크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잠깐의 시간동안 살짝 당황하지 않았나 싶어요.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앞/뒤 범퍼에 위치한 주차센서와 후방카메라 덕분에 무사히(?) 시승차를 반납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만큼 라인을
표시해 주는 후방카메라는 화질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 기능만큼은 상당히 도움이 되는 장비임에는 틀림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는.
C30을 시승할 때 다인오디오에 대해서 자세하게 포스팅했었는데요. XC70에도 다인오디오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오디오 볼륨을 높이지 않고 듣게 되면 일반적인 카오디오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볼륨을 높혀갈수록 지직거리는
노이즈나 두터운 저음을 이기지 못하고 맥없이 퉁퉁대는 다른오디오와는 달리 마치 공연현장이나 음악을 녹음중인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한 소리를 뿜어주는 스피커는 정말 좋구나 라는 말 외에 어떤 표현이 어울릴지 모를정도입니다.
다인오디오가 그렇게 좋냐?고 의문이 생기시는 이웃분들께서는 좋아하는 CD를 한장 들고 근처에 있는 볼보딜러샾에
한번 들러보시는 것을 권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요.
짧은 시승이었지만 실용적인, 활용도가 높은 실내와 항상 넉넉한 출력을 뿜어주는 D5엔진,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어우르는 AWD시스템은 XC70의
매력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타보는 내내 이래서 많은분들이 XC70의 구입을 원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건이라고 하면 색안경 부터 쓰고 보는 우리의 정서상 V70보다는 크로스컨트리의 개념을 더한 XC70이 더 잘 어울리는데요.
세단과 SUV 홍수속에 있는 우리의 자동차 시장에 XC70같은 차들이 조금 더 많이 출시되어서 선택의 폭을 조금 더 넓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